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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빈 주차장 짓는 데이터센터, 법제도 개선 요청 빗발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 필수적인 데이터센터가 현실과 맞지 않은 법·제도에 가로막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21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 이하 미래부)는 최재유 2차관 주재로 판교에 위치한 다산네트웍스에서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제34차 ICT 정책 해우소를 개최했다.

이날 산·학·연 전문가들은 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명확한 건축 용도 정의 ▲전기요금제도 개선 ▲탄소권 거래 기준 관련 온실가스 규제 개선 완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 없는 데이터센터, 건축 용도 ‘오락가락’=이날 참석자들이 미래부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데이터센터 문제로 지목한 것은 건축 용도다. 건축 관계 법령을 개선해 데이터센터 건축물 용도를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유석 SK C&C 상무이사는 “전국 공공·민간 데이터센터 건축 용도가 업무시설, 공장, 방송통신시설, 연구시설, 교육시설, 부동산 임대업 등 제각각으로 돼 있다”며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데이터센터 용도를 별도로 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장이나 업무시설 등으로 데이터센터가 분류되면, 불필요한 주차장 및 공원을 확보해야 해 서버 등 필수시설을 도입하기 어려워진다.

삼성SDS 김민구 그룹장 “상암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는 건축 용도에 맞추기 위해 지하 3층에 걸쳐 주차장을 지었다”며 “상암은 고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상 48M정도인데 주차장을 위해 지하 46M 가량을 팠지만, 결국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태원상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위원회 기술위원은 “외국은 데이터센터 부지가 한국과 달리 넓은 점도 있지만, 지하에 주차장을 짓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지하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건물이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은 주차장 때문에 서버를 많이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서버실은 사람이 많이 상주해 있지 않아 서버를 나를 화물용 승강기면 충분한데 건축 용도 때문에 위해 필요 없는 승강기만 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참석자들은 미래부와 국토부가 원활한 협의를 통해 데이터센터 건축물 용도를 정의하는 법을 마련하고, 입지 관련 규제 및 설비 기준 등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데이터센터, 전기 먹는 하마 아냐”=이와 함께 참석자들은 데이터센터에 부과하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온실가스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과거 지식경제부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해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낮춘 지식서비스산업전기요금 특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창용 SK C&C 기획팀장은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기사용량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고집적화된 데이터센터 운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데이터센터용 전기요금제도 신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민구 삼성SDS 그룹장은 “데이터센터는 사용량과 관계없이 주로 큰 용량의 변압기를 사용하는데, 한전은 변압기 크기를 기본 전기요금 책정에 고려한다”며 “실제로 사용한 전기 사용량과 달리 변압기 용량으로 요금을 부과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기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데이터센터는 전기시설을 집적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상당히 많은 전기를 절약하고 있는데, 산업용·일반용 등 통일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참석자들은 미래부가 전기료 감면을 현실화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과 관련해 합리적 감축률을 제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출권 현실화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 할당제를 권고제 또는 유예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그룹장은 또 “국내 데이터센터에서는 한 건물당 약 40메가와트(MW)를 사용할 수 있는데 6MW 이상되면 배출 거래제에 포함돼, 34MW에 달하는 전기가 남았음에도 이용하기 어려워진다”며 “폭발적으로 트래픽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설비 도입 및 공장 증설에 따른 탄소 배출권이 더 할당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다른 공장은 전기, 가스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대체재를 적용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는 전기밖에 없다”며 “구글과 페이스북 데이터센터는 온화한 기후와 습도·온도 조절이 필요 없는 지리적 이점이 작용된 곳에 있지만, 한국은 여름에는 냉방을 해야 하며 겨울에는 가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을 보탰다.

◆데이터센터 운영 활성화 위한 정책 제언=이에 이날 나연묵 단국대 응용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언을 했다.

지난해 클라우드컴퓨팅법, 국가정보화 기본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미래부 등 주관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 활성화 시책이 포함됐다. 이에 ▲2025 글로벌 데이터센터 리더 국가 도약 ▲글로벌 최고 수준 전력효율지수(PUE) 데이터센터 5개 ▲데이터센터 관련 IT장비 강소기업 18개 육성 ▲자율형 데이터센터 핵심기술 18개 확보 등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나 교수는 “건축 관계 법령을 개선해 데이터센터에 불필요한 부수시설을 제외하고 건축비 절감 및 고집적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며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건축 법령 내 데이터센터 용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용 전기요금을 신설해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유도하고, 환경부와 조율해 PUE 효율이 좋은 곳에 배출권을 많이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그린데이터센터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한국형 표준 환산계수를 개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외에도 ▲데이터센터 가용성관리 가이드라인 개발 ▲전문 인력 양성 ▲우수 장비 실증 지원체계 개발 ▲K-ICT 데이터센터 정보시스템 구축 ▲부처 간 협의체 구성을 통한 범정부 데이터센터 구축 활성화 추진 협력 체계 구성 등을 건의했다.

미래부는 정책 제언을 참조해 실제 데이터센터 육성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이날 참석자들이 개진한 의견도 검토와 논의를 거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키로 했다.

최재유 미래부 2차관은 “현상을 정확히 파악해 산업부 등과 협의해 보겠다”며 “미래부는 국가정보화 기본법에 따른 데이터센터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번 해우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반영하여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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