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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자동차 반도체…D램 맞먹는 수준으로 급성장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자동차 반도체가 D램과 맞먹는 시장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간 반도체 시장규모는 2015년을 기준으로 3320억달러(약 391조4200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D램은 10%를 상회하는 450억달러(약 53조원)를 기록한 바 있다. 자동차 반도체의 경우 290억달러(약 34조1900억원)에 그치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반도체 시장규모는 오는 2020년 430억달러로 D램과 엇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전체 메모리 반도체와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고 자동차 반도체가 각종 센서를 포함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등 종류가 다양하다는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간 출하되는 자동차 수는 9000만대 내외로 전기차(EV)와 같은 친환경차를 고려하더라도 1억대를 갓 넘기는 수준이다. 스마트폰(15억대), PC(2억8000만대), TV(2억3000만대)의 연간 출하량보다 훨씬 낮다. 그럼에도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이유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덕분이다.

지금도 자동차 한 대에는 300달러 정도의 자동차 반도체가 쓰이지만 파워트레인(동력계), 바디, 섀시, 대시보드, 안전 등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ADAS는 반자동과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조건으로 10개 이상의 센서를 비롯해 이를 처리하기 위한 MCU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칩이 필수적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ADAS가 올해 15억달러(약 1조7600억원)에서 2020년 37(달러(약 4조3500억원), 인포테인먼트는 55억달러(약 6조4800억원)에서 88억달러(약 10조3700억원)로 성장이 점쳐진다. 이에 따라 자동차 한 대에 적용되는 자동차 반도체는 앞서 언급한 300달러 수준에서 같은 기간 동안 두 배 가량 늘어난 600달러 이상이 예상된다.

퀄컴이 NXP를 470억달러(약 53조8000억원)를 들여 인수합병(M&A)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 반도체는 진입장벽이 높아 상위 10개 업체끼리의 순위변동이 있어도 완전히 새로운 업체가 끼어들고나 이탈하는 경우가 드물다.

더구나 각 국가의 티어1(1차 협력사)과 완성차 업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공급망관리(SCM)를 포함해 당사자끼리의 이해관계, 카르텔이 무척이나 견고하다. 아무리 성능 좋은 자동차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완성차에 탑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삼성전자-하만처럼 유통망과 영향력을 확보한 이후 자동차 반도체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

요컨대 자동차 반도체가 D램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업체나 M&A를 시도한 세력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서브시스템→소프트웨어→인프라스트럭처→서비스’에 걸친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한편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자동차 반도체는 작년 10.8% 성장했으나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3.1% 역성장을 나타냈다. 자동차 반도체의 고성장을 감안하더라도 2020년 시장규모에서 자동차 반도체(430억달러)가 메모리 반도체(680억달러)를 넘어서기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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