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탄핵정국’ 본격화…주요 IT현안 ‘불확실성’ 커지나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26일,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를 정점으로 사실상 정치권은 탄핵정국으로 접어들었다.

이번주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나올 수 있고, 여기에 예상을 깨는 내용이 담길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야권은 탄핵안 발의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빠르면 2일, 늦어도 9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처리하겠다며 청와대와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로선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여권 비주류 일각에서 탄핵의 전제 조건으로 개헌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야권은 개헌안을 '정치적 꼼수'라며 거부하고 있어 탄핵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또한 이번주 부터는 탄핵한 발의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 특검 등 예민한 정치 현안들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정국은 더욱 어수선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국회는 '최순실 등 국정 농단 의혹사건'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첫 기관보고가 실시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법무부, 대검찰청,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 등 5개 기관이 1차 기관보고 대상이다.

특검은 오는 29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특검 후보 추천의뢰서를 재가했다. 이와함께 탄핵정국과는 별개로 국회는 2017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까지 누리과정 예산과 법인세·소득세 인상 현안을 놓고도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야한다.

◆탄핵정국 돌입, 시급한 IT현안 처리 어떻게? = '최순실 게이트'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메가톤급 정치적 현안들이 계속 불거지면서 정치권은 다른 주요 경제 현안들에 주목하지 못했다. IT산업과 관련한 현안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해 회기 전에 처리해야 할 크고 작은 IT 관련 현안들이 적지 않아 관련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 나라 IT산업의 주요 무역 대상국의 환경도 급변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과 사드배치 추진 등 군사적 현안에 대해 최근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미국은 트럼프 정권의 출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FTA 재협상과 같은 교역환경 변화가 점쳐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27일, '2017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신기술에 기반한 제품들의 수출 증가가 예상되며 IT산업군이 우리 나라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탄핵정국과 같은 매우 불확실한 정치적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SSD, 웨어러블 기기, OLED 디스플레이. 3D 낸드플래시, 반도체 등이 수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탄핵정국은 IT 정책 현안뿐만 아니라 주요 IT 대기업의 연말 인사에도 후폭풍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가성 성립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만약 뇌물죄 혐의가 성립된다면 주요 대기업들에 미치는 충격파는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통상 12월초 사장단 인사 후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사태를 수습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등에 따른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올 연말 큰 폭의 인사가 점쳐졌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결정에 국민연금의 역할에 최근 검찰 수사가 집중되면서 삼성그룹을 둘러싼 긴장감은 크게 고조되고 있다.

KT그룹의 경우, 최순실 측근 차은택과 인사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더구나 올해는 황창규 대표의 임기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황 대표의 연임 전망에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IT관련 민감한 현안들 무엇이 있나...단통법, 은행법 개정안 등 =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IT관련 현안들 가운데 민감한 사안들이 많다. 그러나 탄핵정국에서 여-야간의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관련한 쟁점 법안중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정안'의 정기국회 처리는 사실상 물거너간 것으로 분석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도 여야간의 줄다리기가 팽팽한 사안이기 때문에 역시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금융분야에선 은산분리 완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가장 관심사로 꼽힌다. 내년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앞두고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산업자본의 지분을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해 왔다. 그동안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었던 야권에서도 최근 긍적적인 반응으로 돌아섰기 때문에 은행법 개정안은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50%까지는 아니지만 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이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을 발의해 여-야간의 입장차이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탄핵정국에서 별도 회의를 갖고 여-야가 견해를 좁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약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K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KT와 카카오가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도 주도적으로 경영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이와함께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금융 보안및 핀테크 분야에서 이뤄졌던 여러 정책들도 탄핵정국에 돌입하면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금융위는 지난 2014년 이후, 정책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 비대면 본인인증 허용, P2P금융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콘텐츠 관련업계도 탄핵정국의 흐름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초 게임산업 분야에서 1조원 규모의 신시장 창출을 목표로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관련분야에 오는 2018년까지 약 1850억원을 투자키로 약속한 바 있다. 현재로선 이 정책의 추진동력이 상실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분위기다. 가상현실(VR) 등 첨단 콘텐츠의 활성화에도 탄핵정국은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탄핵정국과는 직접적으로 관계없지만 최근 우리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구글의 지도데이터 반출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는데,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전방위 통상압력을 대응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심도있는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탄핵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사실상 대선정국으로 상황이 바뀌고, 또 그에 따른 정치지형이 크게 요동칠 경우 IT현안의 표류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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