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오라클, 트럼프 부탁에도 ‘감원’ 칼바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이 연초부터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MS는 지난해 예고한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조만간 700여명의 인력 감원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라클은 최대 1800여명의 하드웨어(HW) 사업부 인력을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IT기업들의 인원 구조조정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시점이 미묘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IT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국민의 고용창출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는데, 보기좋게 이를 외면한 것이다.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은 MS가 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이번주 약 700여명의 인력을 감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MS 전체 인력이 약 11만3000명임을 감안하면 감원 숫자가 큰 편은 아니다. 이번 감원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지난해 6월 MS는 연례 기업 실적 보고서를 통해 2017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6월까지 2850명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영업과 마케팅, HR, 엔지니어링, 재무 등 전체 비즈니스 조직에 해당한다.
하지만 감원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신규 인력 채용도 진행 중이다. 구인·구직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링크드인에는 현재 1600개의 MS 인력 채용 공고가 걸려있다. 또 MS는 통상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에이 내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60일의 기한을 준다.
오라클 역시 최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하드웨어 사업부 인력 약 450명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머큐리 뉴스에 따르면 오라클은 최근 스팍(SPARC) 프로세서 관련 인력을 감원했으며, 최대 1800여명까지 줄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라클 측은 “오라클은 하드웨어 사업의 초점을 새롭게 맞추고 있으며, 감원은 이를 위한 결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중순 오라클은 스팍 S7 프로세서를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클라우드는 오라클의 새 성장 동력으로, 관련 라이선스 매출은 지난 분기 20% 늘어난 반면, 하드웨어 매출은 13% 떨어졌다. 그만큼 스팍 기반의 하드웨어 사업은 좋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스팍과 함께 유닉스 운영체제(OS)인 솔라리스 관련 인력도 감원 대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오라클의 최근 스팍 및 솔라리스 로드맵을 살펴보면, 다음 버전으로 제시됐던 ‘솔라리스 12’는 없어지는 대신 ‘솔라리스 11.next’, ‘스팍 넥스트’ 등으로 대체됐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스팍은 끝났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스팍과 솔라리스는 지난 2009년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하드웨어 관련 제품이지만, 리눅스 기반 x86 서버가 보편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오라클은 최근 중국 베이징 지사의 스토리지 및 솔라리스 사업부 직원 200여명에게 감원 통보를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 요구에 따라 해외 인력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지만, 오라클은 이를 일축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가진 IT기업인들과의 회동에서 대부분의 CEO들은 미국 내 고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라클 샤프라 캐츠 CEO도 마찬가지. 특히 캐츠 CEO는 지난 12월 회동 이후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IT 업계에서는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하게 이번 감원은 오라클과 썬 합병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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