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트럼프 쇼크’, 반이민 행정명령에 IT업계도 멘붕
- ‘멜팅팟 성공신화’ 실리콘밸리서 우려 섞인 반응 이어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당선 수락연설에서 포용과 화합을 얘기한 것은 신기루였을까. 두 달이 막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각) 발동한 이 행정명령에 이란, 시리아, 이라크 등 7개 무슬림 국가 국민들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이 중단됐다. 미국 공항에 발이 묶인 난민만 200명에 달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다음날인 28일 미국 연방법원은 난민들을 본국에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긴급 명령을 내리면서 일단 ‘트럼프 쇼크’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뉴욕 JFK 국제공항에 억류된 이라크 남성 2명을 대신해 백악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나온 판결이 근거가 됐다. 물론 근본적인 조치는 아니다. 향후 법정 분쟁의 여지가 있다.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불똥이 튄 곳은 무슬림 국가뿐만이 아니다. 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인 실리콘밸리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 등이 융합된 현상을 뜻하는 멜팅팟(melting pot)의 성공신화가 실리콘밸리를 떠받치는 기반 정신임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IT업계 전체를 적으로 돌릴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 USA투데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순다 피차이 구글 대표는 지난 27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속상하고 걱정스럽다”(upset)는 말을 쓰며 중동 7개국 출신의 직원들이 조속히 귀국할 것을 촉구했다. 행정명령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글 직원만 최소 187명으로 파악된다.
팀 쿡 애플 대표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미국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반이민 정책이 미국 기업들의 인재 영입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한 바 있으며 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재차 밝히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는 것을 부각시키며 “이런 조치는 실제적인 위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IT업계의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다. 그는 다음달 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자문단 첫 회의에서 “이민 명령에 대해 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경제자문단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 나라의 도전정신에 어긋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달 초 경제자문단 첫 회의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생길지가 업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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