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유닉스 서버’ 불꽃경쟁 재점화…금융 차세대 주전산기 '핵심'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매년 20%씩 줄어들고 있는 국내 유닉스(UNIX) 서버 시장이 올해 예정된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반짝 수요를 노리고 있다.

각사의 유닉스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대형 서버는 1990년대부터 메인프레임을 대체하는 새로운 ‘오픈 아키텍처’로 사랑받아 왔지만, 표준화된 x86 서버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확산으로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추진되는 시중은행과 카드, 생명사의 차세대 프로젝트에 따라 유닉스 서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KB국민은행, 한국은행, KB카드, 비씨카드, NH농협카드, 흥국생명, 더케이손해보험 등이 올해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부분이 기존에 사용하던 노후화된 유닉스 서버를 교체하는 사업이지만 KB국민은행과 KB카드, 한국은행의 경우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할 예정이어서 관련 IT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현재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은 약 2000억~2500억원 규모(연간)로 추산된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16년 3분기(2016년 7월~9월) non-x86 유닉스 서버 시장 규모는 약 600억원이다. 이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업체는 3개사다.

3분기 기준 현재 선두는 한국HPE다. 한국HPE가 약 4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로 한국IBM이 41%, 한국오라클이 15%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분기마다 HPE와 IBM이 교대로 점유율 우위를 차지한다.

특히 올해 유닉스 서버 업계는 새로운 프로세서를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HPE의 경우 자사 유닉스 서버칩으로 사용하는 인텔 아이테니엄 프로세서의 차기 버전인 ‘킷슨’이 출시됨에 따라 올해 이를 적용한 ‘슈퍼돔’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IBM도 제품 로드맵에 따르면 ‘파워9’ 프로세서를 출시한다.

다만 오라클의 경우 최근 제품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올해 출시될 예정이었던 유닉스 OS인 솔라리스의 차세대 버전 ‘솔라리스12’ 대신 ‘솔라리스11.넥스트’로 변경했다. 유닉스 서버칩인 ‘스팍’ 역시 신규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비슷한 시점에 오라클 하드웨어 사업 부문인 시스템 사업부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 계획도 전해진 만큼,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로 확보한 스팍과 솔라리스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올해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관심이 높은 곳은 단연코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에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에서 유닉스 서버로의 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말 수립된 정보화전략계획(ISP)에 따르면 오픈플랫폼 전환, 비대면 채널과 빅데이터 강화 등이 핵심 과제로 선택됐다.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2014년 있었던 일명 ‘KB금융사태’ 때문이다. 당초 유닉스 서버로의 다운사이징을 결정한 KB국민은행은 셜리 위 추이 당시 한국IBM 지사장이 보낸 이메일이 발단이 돼 결국 경영진과 이사회 멤버들이 일괄 사퇴하며 관련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 때문에 이 사업이 이번에는 과연 예정대로 추진될지, 유닉스 서버 공급은 누가 맡게 될지 등 관심이 높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2011년 오히려 유닉스 서버에서 메인프레임으로 회귀하려는 시스템 개발로 주목받았던 BC카드의 차세대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BC카드는 대주주가 KT로 바뀌는 과정에서 차세대 프로젝트가 돌연 백지화되면서 다양한 추측을 낳기도 했다. BC카드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의 주사업자로 EY한영을 선정했으며, ISP가 끝나는 대로 늦어도 올 3분기 내에 사업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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