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업계·정부간 의견 엇갈려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생태계에서의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을 놓고 진영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엇갈린 것은 물론, 정부도 규제 방향을 놓고 입장에 온도차이를 보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서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ICT 규제체계 개편'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ICT 산업이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융합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통합적 규제체계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국내의 ICT 관련 법제도가 국내외 플랫폼을 포괄하지 못하고 여전히 방송통신 규제에 집중된 낡은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최 교수의 진단이다.

이에 최 교수는 "통신·방송 플랫폼 등 연관 제도를 순차적으로 정비하고 궁극적으로는 '방송통신통합사업법(가칭)' 제정을 통해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하고 산업과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공적책무를 부여하고 국내외 사업자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의 발제에 대해 인터넷 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강한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차 실장은 "네트워크 규제를 플랫폼단에 적용시키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시장진입이 제한되고 주파수같은 국가 자원을 사용하는 방송과 통신은 당연히 공적책임이 있지만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동일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차 실장은 "해외 경우 매출, 시가총액 순위에 인터넷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며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산업이 크기도 전에 손목을 비틀어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여재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실장도 동일한 규제 적용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는 "플랫폼과 관련해 새로운 공정경쟁 이슈나 규제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규제 측면의 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인터넷 비즈니스의 규제를 유무선 서비스와 동일한 규제 틀 안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 실장은 "통신의 사전규제를 빠른 기술발전이 요구되는 부분에 동일한 잣대로 적용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부분은 사후규제나 네거티브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통신업계는 유독 통신업계에 규제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고 융합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윤상필 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CPND 산업간 경계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지만 규제는 여전히 통신사에게만 집중돼 있다"며 "통신사는 기본적인 규제 부담을 안고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실장은 "건전한 ICT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융합시대에 맞는 규제체계로의 개편을 통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처럼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방송에서도 입장은 비슷했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주요 상거래 서비스들이 매출을 독과점하고 거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 업계 광고비를 모두 빨아들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 위원은 "정보 및 상거래 사업자들이 공익적 차원에서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기금 등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 입장도 다소 엇갈렸다.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중장기적으로 수평적 규제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았지만 진흥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 규제를 신산업에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김재영 방통위 이용자보호국장은 "중장기적으로 방송과 통신, 인터넷을 통합한 수평적 규제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통해 개별법에 산재된 이용자 이익침해 등을 보완해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국장은 "기존 기간통신사업 중심에서 벗어난 신유형의 금지행위 규제체계에 대한 연구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경쟁의 영역이 넓어져 규제를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통신규제를 연장해 플랫폼과 콘텐츠에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양 국장은 "플랫폼은 시장획정, 지배력 유지 등 여러 측면에서 전통적 통신 서비스와 상이하다"며 "이에 대한 규제 개선을 위해서는 통신 규제의 확장 개념보다는 인터넷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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