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업체 = 사기꾼" 소리 안들을려면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인공지능’, ‘블록체인’. 최근 IT업계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는 단어들이다.
어제까지 데이터 분석을 하던 업체들이 인공지능 업체로 둔갑하고 있고, 웬만한 보안 및 인증 서비스는 블록체인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시장에도 혼란이 오고 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마케팅 용어로 변질되다 보니 관련 서비스도 변질되고 있는 탓이다. 예컨대 블록체인은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한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하지만 어느새 인증 기술로 대중에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공인인증분야다. 공인인증서 노이로제에 걸린 고객들의 틈을 파고 들어 블록체인이 공인인증을 대체할 수 있는 ‘만능키’로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 블록체인과 공인인증은 ‘보완재’가 될 수는 있지만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
또 기계학습, 아니 초보적인 형태의 데이터 분석 방법도 인공지능 기법으로 포장되고 있기도 하다. 아마존 ‘알렉사’에서부터 SKT의 ‘누구’에 이르기까지 상용 서비스에서의 인공지능 접목이 본격화되면서 IT업계에서도 인공지능을 끼워팔지 않는 이상 시장의 주목을 받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의 인공지능 기술은 세계 시장에 비해 일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언급된 지 1년도 안돼 인공지능 전문가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과거 삼성전자의 전사자원관리(ERP)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시장에 최소 10,000명은 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날 정도다.
우리나라 IT시장은 '벤더 드리븐'(업체 주도) 시장이라는 말이 회자돼왔다. 새로운 기술을 IT업체가 들여오고 이를 기업에 제안해 시스템의 고도화를 이끌어내 왔다는 뜻이다.
이러한 벤더 드리븐 방식은 시장에 순기능도 제공했다. 하지만 마케팅 용어로 일순간 불붙었다 끝나고 마는 일부 IT기술탓에 “IT업체=사기꾼”이라는 인식을 만드는데도 일조했다.
최근의 IT시장을 보면 빅데이터가 정착되기도 전에 기계학습을 잠깐 맛보고 바로 인공지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블록체인도 개념과 시험이 정립되기도 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로 시장에 인식되도 있다. 문제는 인공지능, 블록체인 모두 세계 시장에서도 이제 첫발을 내딛고 있는 분야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마케팅에 함몰되고 있을 때 글로벌 시장에서는 실제 기술을 가지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T신기술이 나올때마다 마케팅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고객들에게 알리는 것이 시장성을 키우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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