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위원회 마무리…방통위 과연 자리잡았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고삼석 상임위원의 경우 임기가 6월8일까지지만 최 위원장 임기 만료로 사실상 3기 방통위 활동도 막을 내리는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든지 만 9년이 지났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준비하고 발전시킨다는 취지로 출범한 방통위지만 최근 조기 대선정국을 거치며 조직변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는 국회 축소판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본연의 업무인 규제 정책에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 전문가 없는 위원회=3기 위원회가 7일 최성준 위원장 퇴임으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지난 9년간 4명의 위원장이 방통위를 거쳐갔다. 초대 위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씨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잘 알려진대로 친 MB 세력의 핵심중의 핵심이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캄보디아의 처참한 현실을 말하며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이 전 대통령은 방통위라는 새로운 조직의 수장을 맡겼다. 그리고 최 전 위원장은 주변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무려 4개의 종합편성 채널을 출범시켰다. 신문기자 출신이지만 방송통신 전문가로 볼 수는 없었다. 1기 방통위는 종편 출범을 놓고 여야 추천 상임위원간 극한 갈등을 벌일 수 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방통위는 규제기관이기는 하지만 여야 각 당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창구가 됐다.
이명박 정부의 스트롱맨이었던 최시중 전 위원장은 연임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비리로 1년만에 물러났다. 최 전 위원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청렴으로 유명한 이계철 전 정통부 차관이 1년 위원장직을 맡았다. 이후 정치인 출신인 이경재 전 국회의원이 남은 1년간 위원장직을 수행했다. 이 전 위원장은 연임을 희망했지만 이번에는 법조인 출신인 최성준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발탁됐다. 돌이켜보면 이계철 전 위원장 정도가 방송통신 전문가로 분류할 수 있지만 사실 그도 방송 분야는 문외한이었다.
거쳐간 상임위원들도 공무원 출신 등 일부 방송통신 전문가가 있기는 했지만 정치인, 시민단체 출신, 언론인 출신이 많았다. 여권 추천 3, 야권 2명 구조의 위원회 조직에서 정무적 판단, 정치적 감각이 방송통신 전문성보다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규제기준 오락가락, 스스로 위상 깎아내려=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통신 진흥정책, 주파수, 유료방송 등의 업무가 미래부로 옮겨가며 방통위 위상은 크게 축소됐다. 정통부를 대체했던 ICT 진흥·규제 기관서 전문 규제기관이 됐다. 단말기유통법 위반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 통신분야 사후규제를 담당했지만 주요 업무는 방송 이었다. 유료방송이 미래부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지상파 방송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주파수 정책이 방송은 방통위, 통신은 미래부로 나뉘어져 있다보니 700MHz 주파수 배분을 놓고 미래부와 대립할 수 밖에 없었고 지상파 분배에 큰 역할을 했다. 사실 방송통신 주파수 정책을 수행하던 1기 위원회 시절에는 글로벌 배분 추세에 맞게 700MHz 전부를 통신에 할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주파수 정책이 방송통신으로 나뉘어지면서 철학도 바뀌게 된 셈이다.
또한 과거에는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재송신 분쟁에서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기준을 만들려 노력했지만 3기 위원회에 들어서면서 사업자 협상만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상파UHD 방송도 사업자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규제기관 위상은 찾을 수 없었고 최근 마무리된 종합편성PP 재승인 심사에서도 TV조선이 기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다른 사업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허가해주기도 했다.
반면, 통신사업자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통신에 대한 규제도 기준이 오락가락했다. 단통법 위반으로 이통사들은 수차례 영업정지 및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했다. 법 위반 주도 사업자에 대한 단독 영업정지를 내리기로 기준을 정했지만 상황에 따라 기준은 달라졌다. 또한 어렵게 영업정지를 내려놓고 피해가 가장 적은 시기로 정해 규제의 실효성을 스스로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떠나면서 “규제와 진흥은 한 덩어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규제와 진흥을 한 그릇에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그 그릇으로 방통위를 지목하는 곳은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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