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디지털전환에 올인하는 은행권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24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 도입을 확대하고, 디지털금융을 선도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스마트금융그룹’을 디지털 전략 및 신기술 테스트베드(Test Bed)와 플랫폼사업 등을 담당하는 ‘디지털금융그룹’으로 재편했다. 디지털금융그룹 산하에 디지털전략부를 신설해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빅데이터, AI, 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적용한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
또한 기존의 스마트금융부는 디지털금융부로 명칭을 변경해 비대면채널 운영 및 마케팅에 집중하게 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디지털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내 디지털 부서를 모으고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디지털뱅킹그룹’을 신설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디지털뱅킹그룹을 해체, 올해 초 디지털뱅크 ‘써니뱅크’ 사업본부와 디지털금융본부를 영업기획그룹에 배치하고 디지털전략본부는 경영기획그룹, 빅데이터센터는 개인그룹에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선 디지털이 조직 곳곳에 퍼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KB금융도 조직 체계 변경이 예상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은 4월 정기 조회사를 통해 “디지털과 모바일의 금융혁명이 생각 이상으로 빨리 다가오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춰 필요한 직원을 기르고 본부 조직도 재정비해야 한다” 이 같이 말했다.
윤 회장은 디지털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으로 ▲신속하고 실행력 있는 고객 중심 조직 ▲AI·클라우드·디지털생태계·데이터 분석의 전 은행업무 접목 ▲직원 재교육 및 재배치 ▲디지털 시대에 맞는 조직체계 재정비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권의 디지털 금융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혁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뱅킹 시대에 맞는 조직을 우선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내부적인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전문조직, 혹은 기존 조직에 디지털 역량을 흡수시키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은 한순간에 이뤄지는 문제는 아니다. 디지털 역량은 단기간의 교육이나 충격 요법으로 가능하지 않다.
디지털 전문 인력을 단기간에 양성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디지털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고민이 꾸준히 있었지만 아직도 방법론 차원에서의 고민이 여전하다. 특히 인력 양성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아직 금융사들은 구체적인 육성 방안에 대해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다.
일각에선 외부에서 새로운 피를 수혈해 금융사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DBS은행은 2017년 3월 디지털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문인력 200여명의 확보를 위해 ‘DBS Haxk2Hire’라는 해커톤을 운영하기도 했다. 해커톤을 통해 인력을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의 경우 전통적인 조직문화와 최근 금융환경의 변화로 인해 이러한 외부 인력 수급을 통한 디지털 전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로운 인력을 들이기에는 내부 인력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은행들의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외부 수혈을 통한 혁신이 여의치 않을 바엔 서둘러 내부 임직원에 대한 역량 강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시몬즈앤시몬즈(Simmons & Simmons)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해외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혁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55% 이상이 내부 전문가 양성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늦지 않게 내부 직원들에 대한 교육에 나설 때다.
이러한 교육없이 기존 조직의 재배치만으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적응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실제 투이컨설팅 최홍근 팀장은 최근 개최한 Y세미나에서 “금융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선 내부 조직구조의 디지털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디지털 금융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재배치한 일부 은행들이 다시 조직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은행들의 고민은 앞으로도 험난한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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