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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또 하나의 한국의 세계 1등 브랜드 '꿈틀'…LG전자 칠러공장 가보니

윤상호
- 공조사업 수직계열화 ‘화룡정점’…B2B 공략 확대 연평균 10% 성장 목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칠러’가 뭐지? 이름도 생소한 제품을 LG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작년 11월 경기 평택에 14만8000제곱미터 규모 공장을 세웠다. 전북 전주에 있던 이전 공장의 2.5배 크기다. 전주에서 일하던 직원도 평택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설계부터 출하까지 칠러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

“칠러는 시스템에어컨처럼 대형 건물의 냉방을 하는 제품입니다. 냉매로 가스를 쓰는 것이 아니라 물로 찬 공기를 만드는 것이 다릅니다. 에어컨은 더운 공기를 밖으로 빼야해 실외기가 필요하고 칠러는 더워진 물을 다시 식히기 위한 냉각탑이 필요하지요. 대부분의 상업용 건물은 시스템에어컨과 칠러를 복합적으로 운용합니다.”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 칠러BD(Business Division)담당 박영수 상무의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 2011년 LS엠트론 공조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냉난방 개인(B2C)부터 기업(B2B)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시장조사기관 BSRIA에 따르면 세계 공조시장은 800억달러(약 91조원). 이 중 칠러는 140억달러(약 17조원)이다. 칠러는 미국 업체가 강세다. LG전자의 칠러 연매출은 3500억원이다. 연평균 10% 성장을 목표로 잡았다. 평택공장은 이 미래를 위한 투자다.

“평택공장은 칠러 개발과 생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오차율 ‘제로’의 1등 품질을 앞세워 글로벌 칠러 시장을 선도할 것입니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에어베어링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 등 기술력으로는 이미 세계 수준에 올랐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험뿐 입니다.”(LG전자 H&A사업본부 칠러선행개발팀장 정진희 수석연구위원)

27일 방문한 평택공장 생산동 곳곳에선 용접불꽃이 튀고 대형 크레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칠러는 완제품의 무게가 최대 50톤에 달해 크레인을 사용해야 옮길 수 있다. B2B제품의 특성상 100% 주문생산이다. 국내 기업이 새로 만들고 있는 공장으로 사우디로 이란으로 태국으로 갈 완제품이 즐비하다. 완성한 칠러는 무진동차에 실려 평택항으로 옮겨진다. 일반적 전자업체 공장보다 조선소와 비슷하다. 중후장대한 점도 수주 후 생산이 이뤄진다는 점도 공장이 쉬지 않도록 일감을 미리 확보해야하는 점이 그렇다. 바다를 통해 주문자에게 물건을 인도한다는 점도 그렇다.

“제품에 따라 용접 위치도 다르고 주문 생산이기 때문에 공정 자동화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 생산기술원과 협력해 지난 3월 칠러 용접 로봇을 도입했습니다. 평균 근속연수 19년에 달하는 숙련된 직원과 함께 이런 독자 개발 기술이 LG전자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LG전자 H&A사업본부 칠러생산팀장 고명해 부장)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에어베어링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는 오는 11월 고객사에 처음 인도될 예정입니다. 윤활유가 필요없기 때문에 고객사가 유지보수에 예전대비 신경과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지요.”(LG전자 H&A사업본부 칠러선행연구팀 이남수 수석연구원)

칠러 시장 정복을 위해 LG전자는 중동과 동남아를 교두보로 삼았다. LG전자 브랜드가 강한 곳에서 고객사를 확보, 이를 기반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청사, 킹칼리드 국제공항, 중동 동남아 복합발전소 등이 LG전자의 총합공조에너지 솔루션을 사용 중이다. 국내 대표적인 건물은 경기 스타필드하남이다.

“칠러 크고 내구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쉽게 새 업체가 진입하기 쉽지 않습니다.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저가 수주를 하는 등 무리한 영업을 하기보다는 수익성 위주 성장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본사 직원 100여명 및 현지 법인 전문 직원 등이 사업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LG전자 H&A사업본부 에어솔루션B2B 중아/아시아/중국영업FD담당 이상민 상무

개인이든 기업이든 새로운 돈 벌이를 찾기 위한 도전은 끝이 없다. LG전자는 업(業)의 전문화를 통한 확장을 택한 셈이다. 한국의 공조사업은 1968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처음으로 국내 기업 최초 에어컨을 출시하며 발을 내디뎠다. LG전자가 쓰기 시작한 한국의 총합공조에너지 세계 공략 역사는 어떤 내용일까.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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