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디지털 시대, 생존 모색하는 금융결제원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결제원이 블록체인, 가상화폐 등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로드맵 마련에 나섰다.

지급 결제 시스템의 주 참가 기관인 은행 간의 자금 결제와 지급 결제 서비스의 제공을 목적으로 어음 교환, 지로 제도의 원활한 운영, 국가 기간 전산망 사업의 일환인 금융 공동망의 구축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는 금융결제원이 개방된 환경의 새로운 금융서비스 시장이 도래하며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뱅킹 4.0’, ‘오픈뱅킹’ 등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금융시스템이 개방된 환경으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가운데 기존 플레이어들의 생존전략 모색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은행들은 2018년 1월부터 PSD2(유럽은행감독청(EBA)이 규정한 결제서비스 지침 개정안) API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오픈뱅킹 체제로 이행을 의미하는 PSD2는 은행의 고유 영역이었던 지급결제를 금융사는 물론 다른 기업에도 개방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은행의 고유 업무가 더 이상 은행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유통업체들은 공개된 은행 API를 통해 은행이 보유한 고객 정보에 안전하게 접근해 이를 자사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2030년까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을 완료할 계획이다. 덴마크의 경우 이미 음식점, 주유소 등 소매점주가 현금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지난 4월부터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정책으로 동전 없는 편의점, 동전 없는 마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IT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존 실물화폐 위주의 금융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은 금융 서비스를 반드시 금융사를 통해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 국내서도 ‘토스’와 같은 간편송금 업체들이 은행업무의 주요 서비스를 사실상 대체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결제원은 최근 ‘금융 및 결제 관련 중계기관의 향후 역할 및 서비스에 관한 연구’ 용역 사업 공고를 냈다. 금융결제원은 금융환경의 미래 변화상을 전망하고 중계기관의 향후 역할 및 서비스에 대한 연구를 의뢰해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중장기적 관점의 발전계획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금융회사와 중계기관들의 신기술 대응 사례 및 현황 ▲은행 등 금융회사, 중계기관들의 변화상(서비스, 조직, 영업방식 등) 전망 ▲B2B, B2C, C2C 금융 결제 서비스의 변화 전망 등을 분석하고 신기술이 융합된 서비스들과 현재 금융결제원 서비스들과의 연관성 및 활용 가능성과 향후 금융 및 결제 서비스와 관련해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 및 예상 활용 분야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금융결제원과 같은 중계기관이 집중해야 할 사업과 기술 분야 연구 등 향후 5년간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은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 등과 ‘블록체인 및 디지털화폐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 협약에 따라 우리은행, 데일리인텔리전스, 더루프는 블록체인과 디지털화폐의 사업화를 위한 상호협력에 나선다.

은행이 디지털 화폐사업에 구체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우리은행이 기존 지급결제시스템 내에서의 금융 서비스 외에 화폐로서의 지위가 모호한 디지털화폐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서면서 다른 은행들에게도 디지털화폐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 상황이다.

이처럼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융합해 사회 전반의 변화를 초래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은행 간의 자금 결제와 지급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결제원으로선 금융회사를 포함한 금융환경 전반의 큰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보다 구체화된 상황이다.

최근 금융결제원의 주요 수익모델인 은행 공동 서비스들이 하나 둘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 신뢰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벗어나 새로운 금융서비스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도출이 어떠한 형태를 띨지 주목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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