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번지수 잘못 짚은 ‘대단한 구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코리아가 22일 대치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안드로이드 개방형 생태계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국내에 미치는 경제 효과를 처음으로 정량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은 컨설팅 업체 알파베타가 조사를 맡았다. 발표에 앞서 콘스탄틴 매티스 알파베타 컨설턴트(경제학 박사)는 “구글로부터 내부 자료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보고서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공개된 자료엔 제조사, 앱 개발자, 통신 사업자, 소비자 등 여러 측면에서 안드로이드(OS)가 미치는 경제적 영향 수치가 담겨있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소비자 혜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집단 400명 이상 규모의 한국 소비자들은 안드로이드 OS의 연간 가치를 평균 135달러(약 15만2000원)로 평가했다. 여기에 국내 안드로이드 폰 이용자 3000만명을 곱해 연간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로 소비자들이 혜택을 누린다는 게 매티스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조사결과다. 동시에 의문점도 생긴다. 소비자들이 해마다 발전하는 휴대폰(하드웨어)이 주는 가치와 OS의 가치를 얼마나 객관성있게 구분하고 답변했냐다. 검색, 사진, 동영상 시청 등의 앱 서비스도 안드로이드 OS의 가치 평가에 반영했는데 이 역시 기기와 디자인 등의 기타 요인이 줄 수 있는 영향들과 제대로 구분됐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매티스 컨설턴트는 “조사하면서 상당히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답했다. 행사 여건상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으나 ‘연간 휴대폰 요금 중 얼마나 할인받으면 OS를 포기할 것인가’, ‘가장 좋아하는 휴대폰 기능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져 OS와 기기를 구분해 가치를 산정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그 결과 자신있게 평균 135달러라는 수치를 산출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매티스 컨설턴트는 보고서 결과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이런 방식으로도 오픈소스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디어를 알리고자 했다. 인풋값이 잘못됐으니 새롭게 결과값을 산정해보자고 하면 저희도 기쁠 것 같다”며 외부 문제 제기에 열린 입장을 보였다.
보고서는 관련 업계와 연구진들이 차차 검증하게 될 것이라 본다. 소비자 혜택 등의 결과값 논란을 차치하면 구글이 안드로이드 OS 등으로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번 보고서 전까지 정량적 평가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또 하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구글은 왜 지금 시기에 보고서를 공개했을까. 지난해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가 좌절된 이후 조세 회피 등으로 도마에 올라있는 구글이다. 국내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코리아를 들여다보는 중이고 세계적으론 구글세를 거두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한국 경제에 이정도로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안드로이드 OS가 주는 혜택을 내세우기 전에 조세 회피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먼저 떼야 이번 발표가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을까. 보고서 소식을 접한 업계에선 당장 “기본적인 책임부터 다하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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