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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을 보는 금융IT업계의 시선... 견강부회일까, 나비효과일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 = 딜라이트닷넷]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을 '견강부회'라고 한다. "어쩌면 그렇게 볼수도 있겠지만 너무 과민한 것 아닌가?". 논리의 비약을 경계할 때 사용한다.

이와는 반대로, 사소한 원인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 경우를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Edward Lorenz)가 주장한 기상이론이지만 사회현상을 설명하는데 더 자주 인용된다. 작은 사안도 소홀히 넘기지 말라는 의미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견강부회'할 것인지 아니면 '나비효과'로 해석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금융IT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발생한 'KB국민은행 노조' 사태를 놓고, 다양한 지점에서 분석을 내리고 있다.

"혹시 KB금융의 IT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금융권에서 경영진과 노조와의 긴장 관계는 언제나 있어왔다. 이 또한 지나간 일이다"

'KB국민은행 노조 사태'란 최근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경영진에 노조 선거개입에 불법 개입한 책임이 있는 전현직 국민은행 임원들의 해임을 요구한 것을 말한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일부 전임 임원이 선거에 부정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등을 공개했으며, 서울남부고용노동청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KB금융은 지난 21일, 관련 임원들이 제출한 사임계를 수리했다. 이와함께 국민은행 노조가 요구한 초과근무시간 제한 폐지 및 한도 제한 없는 금전 보상. 임금피크제 적용 하위등급 직원 임금 삭감 폐지, 근무시간 단축을 위한 PC 오프(off) 제도 시행 등의 요구조건을 전격 수용했다.

사태는 순식간에 일단락됐으며 KB국민은행은 곧바로 평온을 되찾았다. 물론 윤종규 KB금융회장(사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 금융IT업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사태가 순식간에 일단락'된 것에 대한 해석이다.

윤종규 KB금융회장겸 국민은행장의 거취는 금융IT 업계에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올해 11월까지 임기인 윤 회장의 거취에 따라, KB금융과 관련한 대형 IT사업의 향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25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과 함께 KB국민카드의 차세대시스템 사업, KB금융 데이터센터 신축 등 IT현안이 즐비하다. 특히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오는 12월까지 4개월간 진행한는 PI(프로세스혁신) 상세 컨설팅이 완료돼야만 추진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금융IT업계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윤 회장이 재신임을 받아 임기가 연장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만 국민은행 차세대처럼 지난 수년간 검토해왔던 대형 IT사업들도 비교적 기존의 연속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윤 회장의 거취가 불안정하거나 교체 등 물리적 변화가 예상될 경우, 관행상 기존의 계획및 입안단계의 주요 IT사업들은 차기 경영진의 재검토 과정을 거쳐야한다. 금융IT업계는 이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KB금융 CEO가 교체됐을 경우, 물리적인 '사업 재검토' 기간, 즉 리뷰(Review)기간이 얼마나 길어질 것인지가 일단 불확실한데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논리나 세력이 개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 또는 '백지화' 이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금융이 발주하는 대형 IT사업을 기다려왔던 IT업체들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시 돌아와서, 'KB국민은행 노조 사태'는 윤 회장의 재신임 시기와 맞물려 KB금융 차원에서 봤을때 가장 민감한 시점에서 불거졌던 문제다. '노조 선거개입 의혹'이라는 사안 자체도 대중적 폭발력이 크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다.

바꿔 말하면, KB금융측이 '이번 사태를 순식간에 일단락' 시킬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의미는, 역으로 내부 기류가 그만큼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금융IT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이 매우 신속하게 이번 사안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윤 회장의 강력한 연임 의지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 할 필요는 없지만 상당히 사안을 중대하게 본 것은 분명한 것 같다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견해차가 있겠지만 일단은 현 시점에서 'KB금융의 IT사업과 윤 회장의 거취'는 긴밀한 연결성 갖는다는 분석에 무게가 더 실린다.

그동안 윤 회장은 KB금융의 디지털뱅킹 전략과 IT혁신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으며,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진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당분간은 윤 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면 KB금융의 IT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3년전, KB금융 그룹을 엄청난 '내홍'으로 내몰았던 전산사태, 그 원인은 사소한 개인 이메일에서 출발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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