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국내 은행권을 중심으로 ‘신 금리리스크(IRRBB)’ 대응을 위한 ALM시스템 고도화 등 리스크관리시스템 개선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IRRBB(Interest Rate Risk in the Banking Book)은 기존 바젤 기준(2004년)에서 제시했던 금리리스크 적용 기준을 지난해에 현실에 맞게 새롭게 개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신(新) 금리리스크’ 기준으로 표현된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지난해 IRRBB 기준안 마련했으며, 시차를 두고 2018년 이후 부터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각 은행별로 ALM(자산부채관리)시스템을 포함한 기존 리스크관리스템 고도화 범위에 차이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IRRBB 대응을 위한 리스크관리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에 은행별로 총 40~5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IRRBB’ 기준 적용, 왜 필요해졌나 = 은행은 기본적으로 수신과 여신금리의 차, 즉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얻는다. 금리의 변화로 인해 은행의 수익이 달라진다. 이처럼 ‘변화되는 금리’는 은행에게는 수익이자 곧 위험(Risk)이다.
‘변화되는 금리’를 포함한 여러 리스크관리 요인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매우 정교한 기술이다. 만기가 없는 자금조달을 통해 만기가 있는 자금운용을 하게 되면서 은행은 미래기간별로 자금흐름에 대한 불일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금흐름에는 원금과 이자를 모두 고려해야되는데, 이를위해 은행들이 가동하고 있는 리스크관리시스템이 자산부채종합관리, 즉 ALM(Asset Liability Management)시스템이다.
ALM이 포괄하는 리스크에는 ‘유동성리스크’과 ‘금리리스크’로 나뉜다.
‘금리리스크’는 금리민감상품들에 대해 미래 현금흐름에서 발생하는 위험이다. 유가증권, 파생상품 등의 금리성 상품들이 금리리스크 관리 대상에 포함되며, 고도화된 금융 기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은 금리리스크 관리를 위해 통계적기법의 고객행동율을 가미하고, 만기가 도래한 상품을 재투자한다는 가정과 신규자금량을 반영한 미래기간의 손익을 계산한다.
앞서 바젤위원회는 지난 2004년 ‘금리리스크 관리 및 감독을 위한 원칙’ 을 정하고 이를 전세계 주요 은행들이 준수하도록했다. 그러나 기존의 금리리스크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았다고 보고, 이를 최신 시장상황에 맞게 개선한 것이 2016년에 바젤위원회가 마련한 ‘은행계정에 대한 신금리리스크’ (IRRBB)기준이다.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IRRBB기준을 적용한 ALM 고도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는 이유다.
한편 ‘유동성리스크’는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예측하고 부족금액이 발생하는지 관리하는 것이다. 은행은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이들의 미래 현금흐름을 산출하고, 각종 위기상황에 대한 고려를 통계적기법으로 계산해 현실성있는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해낸다. 전통적인 ALM시스템의 역할이다.
앞서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될 당시,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세계 주요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을 보유했음에도 유동성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않아 신용 경색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보고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마련,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지난 2008년에 제시된 ‘건전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 및 감독을 위한 원칙’이 그것으로, 현재 이 부분은 은행권의 ALM시스템에 적용돼 있다.
◆IBK기업은행, '독자 구축' 방식으로 대응 =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는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산업은행 등이 IRRBB 기준을 적용한 ALM 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계좌별 산출을 기반으로 단일화된 현금흐름 엔진을 통해 ▲유동성규제대응, ▲신금리리스크 규제대응, ▲금리 및 유동성관리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통합된 ALM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지난 8월중순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프로젝트는 2018년7월까지 약 11개월의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IBK기업은행은 IRRBB 대응을 위한 ALM시스템을 재구축 프로젝트를 외산 패키지없이 독자 개발하는 인하우스(InHouse)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 주목을 받고 있다. 외산 패키지도 고려했지만 자체 개발 방식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보고 내린 결정이다. 다만 자체개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은행 내부 직원들과 참여 업체들의 업무 및 개발 노하우가 정교해야한다.
IBK기업은행은 이번 ALM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위해 유니타스(대표 송근섭)을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유니타스는 이번 사업에서 ALM시스템 개발 참여 및 구축 경험을 제공한다. 컨설팅은 PwC가 수행한다.
IBK기업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필수적인 계좌별 현금흐름 산출, 고객군별 특성(유입율과 이탈율, 또는 조기상환율과 중도해지율), 금리의 변화(장단기별 미래금리의 증감), 은행의 자금관리(재투자율 또는 신규투자금액)를 반영해 다양한 규제지표와 보고서가 산출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또한 IBK기업은행은 산출결과에 대해 검증을 전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한다. 이는 과거 ALM시스템과 달리 대량의 데이터를 다양한 관점과 측정기법을 통해 일별 산출하는 체계를 갖춰야만 가능하다.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각종 ALM 전문적인 지표와 보고서를 신속하게 산출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이 높아야한다.
이와관련 IBK기업은행은 향후 통합된 리스크관리시스템 체계 구축을 통해, 동일한 데이터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접목하고 정합성 높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감독 기관의 규제대응과 함께 안정적인 자금운용 전략활용을 통한 대외신뢰도 확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주사업자를 맡은 유니타스는 2001년에 설립된 리스크관리 및 컴플라이언스 전문 솔루션회사다. 국내 다수 은행에 ALM시스템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유니타스 송근섭 대표는 “수행팀의 경력은 대부분 15년이상의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며 "다양한 관점의 데이터를 담은 최적의 데이터구조를 구현하고, 산출로직을 반영한 신속하고 정교한 ALM시스템 구현에 일조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