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정위원장은 과연 공정(公正)했나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일보 인터뷰 자리를 빌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창업자)를 정보기술(IT)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와 비교, 그를 평가 절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 됐으면 미래를 보는 비전이 필요하다”면서 “이 전 의장은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그런 걸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면서 “지금처럼 가다간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이 GIO에게 훈수를 두는 모양새가 되자 당장 업계에서 반발이 나왔다.
이재웅 포털 다음 창업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김상조 위원장이 지금까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이 전 의장)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글을 올렸다. 그 뒤 이 창업자는 “오만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했다”며 해당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얼마 전 이 GIO는 네이버의 준대기업집단과 동일인(총수) 지정을 앞두고 공정위를 방문해 ‘총수 없는 기업’으로 인정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규제기관 입장에서 보면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돌출 행동이다. 그 뒤엔 ‘이 GIO를 과연 총수로 봐야 하나’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네이버에서 공정위 결정에 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심기가 불편했던 것일까.
김 위원장은 인터뷰 이틀 뒤 참석한 강연 자리에서도 스티브 잡스 얘기를 꺼낸 바 있다. 당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2의 스타브 잡스로 진화 중”이라며 추켜세웠다. 고인이 된 잡스를 빌어 두 인물을 정반대로 평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저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젠 정치권이 가만있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겨냥해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이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또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이 이해진 GIO를 평가절하 하는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와 같다고 아부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 홈페이지에 실린 인사말을 통해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의 구현과 함께 기업의 혁신경쟁을 촉진시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 GIO의 ‘총수 없는 기업’에 대한 의견 개진은 김 위원장이 직접 밝힌 공정위의 설립 취지, 존재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이 GIO는 국내에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투명한 지배구조(혁신)를 일군 것에 확신이 있었고 이것을 기존 재벌기업과 다르게 인정(자유로운 경쟁)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못 미더웠던 것일까. 김 위원장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이 GIO와 네이버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그의 심기를 확실히 건드린 듯싶다.
이쯤에서 공정위원장의 발언은 과연 공정(公正)했는지 묻고 싶다. 공평하고 올바른 발언이었다면 각계에서 이처럼 비판이 많았을까. 기업에 대한 엄정한 시선도 중요하지만 제도가 기업 혁신을 따라가지 못할 때 이를 보듬을 수 있는 이해력과 포용력도 갖추길 기대해본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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