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원족근린(遠族近隣)

윤상호
- 통신사, 5G 마케팅 경쟁 보다 기존 통신서비스 품질 힘써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원족근린(遠族近隣). 먼 데 있는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는 뜻이다.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가까이 있다는 것을 강조할 때 쓰는 사자성어다. 먼 곳의 물로는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한다는 월수불구근화(遠水不救近火)도 비슷하게 쓰는 말이다.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5세대(5G) 이동통신에 관한 소식이 줄을 잇는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는 2세대(3G) 3세대(3G) 4세대(4G)가 혼재돼 있다. SK텔레콤은 모두 KT는 3G와 4G LG유플러스는 2G와 4G를 제공 중이다. 이동통신 세대 기준은 속도와 지연시간 등을 통해 나눈다. 5G는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시범 서비스가 예정돼 있다.

국내 5G는 KT가 드라이브를 걸었다. KT는 평창올림픽 5G 시범 서비스 주관사기도 하다. KT는 2015년부터 5G를 전면에 세웠다. 당시 KT는 4G의 뒤늦은 출발로 어려움을 겪던 때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5G에 대한 강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5G 시대 청사진에 대한 첫 선을 보여준 것은 대부분 KT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는 5G는 KT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각하고 있다. 이달에도 SK텔레콤이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하니 LG유플러스는 야구장에서 콘텐츠 서비스를 시연했다. KT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SK텔레콤이 무선랜(WiFi, 와이파이)과 5G를 엮어 맞받았다.

문제는 5G는 여전히 먼나라 얘기라는 점. 이동통신 세대 전환은 우리나라 통신사가 한다고 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 흐름에 개념치 않고 달려가면 갈라파고스가 돼 결과적으론 시대에 뒤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은 주파수가 있어야 한다. 또 표준을 정하고 이 표준에 맞는 통신장비를 만들어야 한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단말기가 나오면 그 때가 상용화다. 5G 상용화는 2020년이 유력하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주파수도 표준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금의 5G는 각각의 통신사가 더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통신사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반기 들어 LG유플러스 고객은 두 번의 4G 장애를 겪었다. 통신장애는 LG유플러스 고객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다. LG유플러스 고객과 연락을 취하고자 했던 SK텔레콤 KT 고객도 피해자다. LG유플러스는 보상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SK텔레콤과 KT의 3G 서비스는 예전만 못하다. 유지보수 인력을 4G에 집중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시로 일어나는 단기 장애는 소비자에게 모두 알려지지 않는다. 한때 국내 통신산업의 총아로 여겨졌던 와이브로는 명맥만 유지한 상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SK텔레콤 KT의 3G 가입자는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포함 1096만명 와이브로 가입자는 43만명이다.

현재 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그럴싸한 미래가 마케팅에 유리한 것은 맞다. 5G 시대도 한국이 선도하려면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한 것도 맞다. 그러나 고객은 현재를 산다. 미래에 좋은 서비스가 있으니 지금 불편을 감수하라는 것에 수긍할 고객은 없다. 여전히 통신사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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