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DD탐방] ‘지각 걱정 없어요… 자율출퇴근이니까’ 야놀자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대부분의 회사는 사규에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은 오전 9시가 출근시간인 경우가 많습니다. 출근이 10분이라도 늦으면 근태관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대도시 교통체증과 지옥철을 피해 매일 정시에 출근하긴 쉽지 않습니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1.1%가 유연근무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숙박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운영하는 야놀자(대표 이수진)는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서 업무 성격에 따라 약간씩은 차이가 있지만 오전 10시 반, 11시에 출근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집중 근무 시간에 자기 맡은 바를 책임진다면 출퇴근시간은 중요하지 않다는 철학입니다. 같은 O2O 산업이지만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고 엄격하게 출근시간을 관리하는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야놀자의 한 직원은 “자율출퇴근제가 중요한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날에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야구 경기는 오후 6시 반에 시작합니다. 응원팀이 넥센이라면 야놀자 본사가 있는 선릉에서 고척돔까지 급행 지하철을 타도 약 50분은 걸립니다. 이런 경우 오후 5시 30분 쯤 미리 나와서 여유롭게 경기를 관람하러 갑니다.

이 회사는 전반적으로 ‘직원이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자율출퇴근제 역시 앞서 설명한 사례처럼 ‘잘 놀기’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제도를 통해 직원이 행복해지면 고객들에게 행복을 전파한다는 겁니다.

이런 기업 문화는 야놀자의 주요 사업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숙박시설을 ‘러브호텔’로만 보는 불편한 시선을 탈피시키는데 공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야놀자의 에이치에비뉴, 호텔야자 등 프랜차이즈 숙박시설은 파티룸부터 힐링룸, 가상현실(VR) 게임까지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놀이 공간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야놀자가 올해 매출 1000억원(8월 기준 누적 680억원)을 노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이런 숙박시설 첨단화, 양지화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잘 노는 문화는 회사 전반에 걸쳐 잘 녹아 있습니다. 야놀자 ‘리프레시 존’에는 인바디 측정 장비가 구비된 깔끔한 피트니스 시설 뿐 아니라 배드민턴장, 탁구장, 심지어 클라이밍을 위한 실내용 암벽장비도 조성돼 있습니다.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이용대 선수도 배드민턴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고 합니다. 샤워실과 세탁 및 건조 장비도 마련돼 있어 보송보송한 운동복과 수건도 직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잘 먹어야 잘 논다, 밥도 간식도 마음대로 = 구내식당에서는 직원들에게 삼시세끼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자유롭게 꺼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도 냉장고에 가득 차 있습니다. 외근 직원은 테이크아웃 메뉴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야근을 하지 않는 직원도 밥을 먹고 퇴근해도 됩니다.

이수진 대표의 지론이 ‘먹는 것이 부족하면 안된다’이기도 합니다. 사내 설문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복지로 직원 71%가 식사 제공을 꼽기도 했습니다. 식사 메뉴를 추천해달라는 게시판에 ‘캥거루 스테이크’ ‘인삼파스타’라는 장난스런 요청도 보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배식대 앞에 설치된 기부금 단말기입니다. 사원증을 단말기에 태그하면 1회 500원이 자동으로 기부되도록 돼 있습니다. 직원이 기부하는 만큼 회사도 동일한 금액을 추가 기부합니다. 내 식사시간에 밥을 못 먹는 다른 이웃들도 생각하자는 취지입니다. 작은 금액이 꾸준히 모여 지난 1년 간 약 900만원의 기부금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전달됐습니다.

구내식당은 전사회의인 ‘타운홀미팅’ 및 토크 콘서트가 이뤄지는 ‘놀수’에도 활용됩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이곳에 모여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합니다. 치킨과 피자 등 간식을 먹으며 사내 대소사를 공유하고 저명한 인사의 강연을 듣기도 합니다.

1층에 위치한 사내 카페 '카페427‘도 인기가 높습니다. 여행을 테마로 한 세련된 빈티지 인테리어와 맛있는 메뉴로 직원들 분 아니라 외부인들에게도 유명한 ’핫플레이스‘입니다. 낮엔 분위기 있는 조용한 카페, 밤엔 정열적인 맥주 펍으로 변신합니다. 카페 이름이 왜 ‘427이냐’고 문의했더니 건물 주소가 테헤란로 427번지라 그렇답니다.

카페 안쪽을 둘러보면 공간 대여를 통해 스터디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미팅룸도 마련돼 있습니다. 고급 소재의 소파와 테이블 등으로 조성된 이 장소는 야놀자 회의실 겸 갤러리로도 활용됩니다.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자연스럽게 야놀자 오프라인 사업 아이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재 양성 시스템, 스타트업 표준이 목표 = 이 회사는 유연한 채용 시스템을 추구합니다. 구글, 아마존 등 대표적인 정보기술(IT) 업계를 거쳐 야놀자 피플파트너실(인사팀)을 맡은 김우리 실장은 “야놀자는 가치기준을 지지하는 리더, 회사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채용에 대한 여러 가지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지를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장차 스타트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표준형 인재 양성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들이 바라는 인재는 빠른 학습역량, 지속적인 끈기와 열정을 갖춘 인력입니다. 숙박과 IT라는 산업 자체에 몰두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회사와 비즈니스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서류와 자기소개서에 녹여내면 좋습니다. 야놀자의 서비스를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다면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면접 과제는 서류 심사를 합격한 인원에게 미리 주어집니다. 주어진 시간 내 많은 리서치를 수행해 학습능력을 증명해야 합니다. 경험하지 않은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과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 프레임,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근거, 데이터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별도 필기시험은 없이 1차 직무·인성 면접으로 합불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야놀자는 신규직원을 상시 채용하므로 이 기업에 관심이 있는 지원자는 수시로 채용 공고를 확인하면 좋습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이형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