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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아이언맨 안 부러운 69그램 스마트글래스, ‘모베리오’

이형두
엡손 스마트 글래스 ‘모베리오 BT300’
엡손 스마트 글래스 ‘모베리오 BT300’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가상현실(VR) 기기는 최근 페이스북의 ‘오큘러스고’ 등 신제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증강현실(AR)이 적용된 제품은 신제품 소식이 비교적 조용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글래스 시장은 연평균성장률 19.2%로 시장 규모는 오는 2022년 81억3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은 지난 2015년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를 중단한 이후 소비자 시장보다 기업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애플 역시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실체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엡손은 꾸준하게 스마트 글래스 ‘모베리오’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모베리오 BT300’은 렌즈 측면부에 부착된 초소형 프로젝터를 이용해 영상을 출력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디스플레이에는 0.43인치 실리콘 올레드(OLED) 패널이 채택됐다. 반투명한 스마트폰 화면이 항상 시야 앞에 떠 있는 상태와 비슷하다.

착용하고 전원을 켜면 체감 상 전체 시야의 1/9 정도 크기로 영상이 나타난다. 2.5미터 거리 기준으로 40인치, 20미터에서 320인치 디스플레이를 보는 영상 크기와 같다. 몰입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영상 감상에는 큰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무게는 69그램(g)으로 스마트글라스 중에서는 가벼운 편이다. 다만 안경만큼 가볍지는 않다. 장시간 착용하면 콧대 부위에 피로감을 느낀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주요 부품들을 케이블이 이어진 본체에 따로 구성했다. 이 때문에 본체와 연결된 케이블이 실생활 움직임에는 불편함을 준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5.1버전이 적용됐다. 디스플레이 방식 외 시스템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대응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엡손 앱스토어가 내장돼 있다. 활용 가능한 앱은 아직 다양하다고 보기 어렵다.

외관은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엔 좀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착용하면 마치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전투력 측정기 ‘스카우터’처럼 보인다. 길거리에서 착용했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화면은 제법 또렷하지만 낮이나 밝은 공간에서 사용할 때는 영상이 흐리게 보이기도 한다. 동봉된 빛 가리개를 부착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정면에 500만 화소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눈에 들어오는 장면 그대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을 수도 있다. 비슷한 기능을 갖춘 구글 글래스는 이런 측면 때문에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한 사람은 기자가 모베리오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거 투시안경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외관이 워낙 눈에 띄어 ‘몰카’ 우려는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촬영 중이라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일부 불편한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컨트롤러는 터치 센서가 적용된 십자 키, 트랙패드와 3개의 버튼으로 구성돼 있다. 트랙패드는 클릭, 드래그, 확대 및 축소 등 간단한 조작에는 활용할 수 있다. 문자 입력은 힘들다. 무선랜(WIFI) 연결만 하더라도 암호 등 문자 입력이 필요하다. 제대로 사용하려면 별도 키보드가 필수다.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므로 키보드 등 별도 입력장치를 준비하면 활용도가 높아진다. 노트북이나 태블릿PC를 놓을 공간이 없는 경우 키보드를 놓을 공간만 마련돼도 넓은 화면을 통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가장 활용 빈도가 높았던 기능은 역시 영상 감상이었다. 자체적으로 비디오 재생을 지원하고 유튜브 등 인터넷 스트리밍 영상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야를 가득 채우지는 않지만 이동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때라면 항시 프로젝터 빔을 쏘는 것처럼 큰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음향도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스피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들을 수 있다. 자체 스피커는 없다.

특히 지하철에서 유용하다. 팔이 아프게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고개를 숙여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주변 환경에 대응하기도 쉽다. 영상 주변의 시야는 모두 확보되고 영상 뒤로도 시야가 다소 확보된다. 걸으면서 착용하고 있더라도 소위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족’처럼 주변에 폐를 끼칠 가능성도 낮다.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도 같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소 멀미를 느낄 수도 있다. 격한 운동을 하면서 사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미러캐스트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 등과 화면을 연동하면 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운전 시 내비게이션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내비게이션을 보려면 시선을 내려야 하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운행 시 비교적 유용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화면이 시야를 가리는 것은 분명하므로 위험할 수 있다. HUD(Head Up Display) 모드 등 시야 방해를 최소화하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자이로센서가 탑재돼 있어 착용자의 시야 이동도 인식한다. 적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증강현실 기능에 활용할 수 있지만 장단점이 있다. 카메라의 화각과 착용자의 시야각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야 변두리에 보이는 사물이 2개씩 보이는 등 집중에 방해가 된다. 반면 카메라가 시야를 따라가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증강현실보다 빠르고 편한 감상이 가능한 점도 있다.

주로 드론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드론의 시야를 공유하면서 동시에 눈으로 기체를 보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격은 온라인 오픈마켓 기준 86만원 수준에 최저가가 형성돼 있다. 아직은 가격대가 부담된다는 평가가 많아 보인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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