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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여기어때 DB ‘크롤링’ 갈등… 위법 여부 쟁점은?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대표 숙박 O2O(Online to Offline) 업체 두 곳인 야놀자(대표 이수진)와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대표 심명섭, 이하 여기어때)이 ‘크롤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야놀자의 숙박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크롤링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여기어때는 최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크롤링은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돼 있는 정보를 특정 키워드 등을 활용해 긁어모아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야놀자는 지난 3일 여기어때의 ‘경쟁사 DB 무단 크롤링 압수수색 및 기소의견으로 검찰송치’ 관련 사건의 피해자가 당사라고 밝혔다. 야놀자는 “지난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 간 지속적으로 당사의 숙박관련 DB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서버에 대한 크롤링으로 접근 시도가 있었음을 인지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 측에 따르면 지난 9월 경쟁사를 입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여기어때가 받고 있는 혐의는 ▲야놀자 디도스 공격 시도 ▲저작권 침해 ▲업무방해 등 세 가지다. 여기어때 측은 데이터베이스 크롤링 자체는 인정했으나 세 가지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야놀자 숙박정보 데이터베이스 크롤링에 동원된 컴퓨터는 단 1대이며, 디도스 공격이나 업무방해를 유발하기 위한 목적이라기엔 동원된 규모가 너무 약소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크롤링 사유에 대해서도 숙박정보 탈취의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회원사 숫자 증감을 파악하기 위한 용도였다고 해명했다.

통상 경쟁사의 데이터베이스라고 해도 오픈된 정보의 수집 자체는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크롤링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주로 확보된 데이터베이스를 자사의 서비스 혹은 영업에 활용할 때 주로 발생한다. 전자는 데이터베이스 재산권의 일부인 복제권, 전송권 침해 여지가 생긴다. 후자는 부경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저촉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는 대표적으로 지난해 발생한 ‘엔하위키 미러’ 사례가 있다.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인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이트인 ‘리그베다 위키’의 자료를 ‘엔하위키 미러’가 그대로 복제해 상업적 이익을 추구한 행위가 문제가 돼 저작권침해 금지 등 청구소송으로 번졌다.

올해 초 서울고법 민사4부는 리그베다 위키의 운영자 배모씨의 저작권을 인정해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배모씨가 리그베다위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체계와, 카테고리, 항목 등을 설계했을 뿐 아니라 인적‧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했다“며 ”엔하위키 미러가 리그베다 위키의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부경법의 경우, 부경법 (차)목에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소위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률이다.

부경법의 대표적인 적용 사례는 지난 2014년 JTBC 사례가 있다. JTBC는 공중파 3사의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 30분 전 입수해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한 저작권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이 경쟁 쇼핑몰에 등재된 판매자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크롤링해 자사의 영업에 활용했던 사건도 있었다. 이 경우엔 누구에게나 공개된 정보라고 해도 영업 비밀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온 사례는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만약 여기어때 측의 주장처럼 수집된 DB를 영업 혹은 영리적 목적에 사용한 일이 없었다면 업무방해만 일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업무방해죄는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장치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제314조 2항)에도 성립한다.

야놀자 측은 여기어때의 크롤링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기어때가 크롤링을 야놀자의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도했는지 고의성 여부는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어때 측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 경우 야놀자의 피해가 입증된다면 일부 민사 손해 배상은 청구될 수 있으나, 이것이 저작권법이나 부경법, 방송통신망보호법 등 실정법 위반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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