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탐방] ‘예술가 과장, 고양이 실장?’ 오드엠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많은 구직자들이 대기업을 선망하는 이유로 첫 번째는 급여, 그다음으로 사내 문화와 복지를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복지도 실제 직원들에겐 그림의 떡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복지가 임원 전용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법으로 보장된 연차를 쓰는 것만 해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통상 스타트업이 더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더 악질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규모가 작을수록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가 결국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는 참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매출처럼 정량화된 수치와는 달리 매우 주관적이고 입증하기도 어려우니까요.
그럼에도 6년 차 스타트업인 오드엠의 최고마케팅경영자(CMO) 장대석 이사는 회사의 '휴머니티'에 상당한 자부심을 보였습니다. 그는 "지난 2011년 회사가 설립한 이래 자기사업, 창업 등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인위적인 직원 퇴사가 1명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직원 역시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을 묻는 질문에 "업계 최고 참 평화가 있는 회사"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오드엠은 인플루언서(유명인) 마케팅 플랫폼인 애드픽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야후코리아 개발자, 기획자 출신인 박무순 대표와 안소연 부대표가 지난 2011년 공동으로 창업했습니다. 직원 30명 규모의 작은 회사지만 지난해 매출 100억원을 올려 연 50% 이상 성장세를 보인 바 있습니다. 지난해 5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재정적으로는 이미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작지만 내실 있는 회사로 평가됩니다.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액이 3억 이상이라는 얘기니까요.
◆“일과 예술 활동 병행할 수 있어 오드엠 선택” = 이 회사는 실내 미관에도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직원 중 실제 미술관 소속 예술가가 있어 인테리어 작업을 총괄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회사를 방문해보면 회사 내부 인테리어가 미적으로 상당히 유려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회사 현판부터 구조, 색상, 조명까지 심혈을 기울인 티가 드러납니다.
해당 작업을 진행했던 J 과장은 촉망받는 사진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작품 한 점당 낙찰가가 수천만원을 넘길 정도로 미술업계에서도 감각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술가로 오래 활동하기 위에선 다른 경제 기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낮에는 디자이너로, 밤에는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어느 회사에 입사했지만, 야근이 없는 직장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는 퇴근 후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난 2011년 오드엠으로 이직했습니다. 이 회사는 원래 야근이 없어 일과 예술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회사는 장 과장의 뉴욕 개인전을 위해 두 달간 휴가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박무순 대표는 “회사와 직원들이 다 같이 잘돼야 한다”며 “항상 즐겁게 일하고, 회사를 제2의 가정처럼 느끼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회사는 두 개 층으로 나눠 한 층에는 카페, 고급 안마의자, 다트 기계, 테이블 축구, 빔 프로젝터 등을 설치해 직원들이 휴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간식과 취사시설을 갖춰 직원들이 직접 밥을 해 먹기도 합니다. 층을 나눈 이유는 휴식환경을 근무환경을 분리해 눈치 보지 않고 직원들이 쉴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입니다. 퇴근이나 회식 후 직원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면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오드엠은 성장에 따라 제도를 하나씩 더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은 회사의 특성과 직원 수요에 맞게 적합한 복지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드엠은 지난 9월부터 ‘출산 전후 재택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임산부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휴가 등과 별개로 출산 전후 1개월 간 재택근무가 가능합니다.
이밖에도 출근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은 넉넉하게 1시간 30분을 부여합니다. 2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할 수 있는 ‘0.25일’ 연차 제도를 활용해 출퇴근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했습니다. 자유로운 취미생활을 위해 월 10만원의 자기 계발비를 추가로 제공하고 생일에는 조기 퇴근 및 케이크 쿠폰을 지급합니다.
◆‘냥권’이 보장되니, ‘인권’도 보장 = 앞서 언급한 대로 이런 제도가 회사 분위기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제도 자체보다는 직원들이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더 중요할 겁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입을 모아 '실적에 대한 압박' '상사와의 갈등'이 없다고 말하는 데는 뭔가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하면 좀 억측일까요.
회사에 상주하는 마스코트 '애드' 실장은 어지간한 직원보다 상전 취급을 받습니다. 4년 전 안소연 부사장이 회사 근처에서 버려진 길 잃은 고양이를 데려와 치료하고 같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키보드 위에 눌러앉는 바람에 회사 서버를 다운시키기도 하지만, 애드가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서 애드픽 플랫폼이 대박을 쳐 회사 입장에서는 복덩어리가 들어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회사 단체 채팅방에도 애드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키보드를 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단어가 나오면 챗봇 애드가 대답을 하도록 개발팀이 제작해 집어 넣어놨습니다. 개발팀 이사가 무슨 얘기를 했는데 직원들이 아무 반응이 없으니 좀 '뻘줌'해서 만들어 넣어놨다고 합니다.
뒤집어 말하면 상사의 말에 즉답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문화라는 애기도 될 것 같습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상사의 카톡 지시, 회사 단톡방 스트레스 때문에 요즘 '넵' 병이라는 신조어도 유행하고 있다는 판국입니다. ‘네’는 앞사람이 했고, ‘넹’은 장난스러워 보이니 채팅방에는 고심을 거친 대답인 ‘넵’ 만 범람한다는 겁니다.
이 회사 단톡방에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애드 실장 얘기와 사진입니다. 사비를 들여 사무실 구석에 캣타워를 설치해놓은 직원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한 마리가 회사 분위기를 좌우하지는 못할 겁니다. 오히려 직원들 입장에서 일거리 하나만 더 늘어나는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회사 사람들이 애드를 대하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애정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침 회사를 방문한 날은 애드 실장이 부재중이었습니다. 애드가 아파 보여 한 직원이 자발적으로 집으로 데려가 보살피는 중이랍니다.
한편 이런 부분은 스타트업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독특한 문화라는 생각은 듭니다. 회사 규모가 커져 직원이 100명, 1000명이 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각 회사마다 고유한 DNA가 있다고들 합니다. 오드엠의 경우엔 둥글둥글한 성격과 여유로운 평화 분위기 속에서 나오는 성과가 DNA라고 합니다. 이 마스코트가 회사의 화목한 분위기를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구심점이자 좋은 역할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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