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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수장맞는 은행권, 차세대 디지털 전략 방향은?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18년 본격적으로 열리는 디지털 금융시대에 앞서 은행권의 새로운 수장 찾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선임이 확정된 데 이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차기 행장 선임에 나섰다. 경남은행도 현 행장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수출입은행은 새로운 임원진 선임에 나섰다.

통상 새로운 수장이 선임되면 은행은 중장기적인 새로운 방향성을 수립하게 된다. 이 때 새로운 수장의 성향은 은행의 디지털 뱅킹 전략에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 뱅킹’은 국내 기업들이 처음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할 때 부딪혔던 내부 저항을 능가하는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디지털 뱅킹은 그동안 익숙했던 업무방식을 모두 백지 상태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업무 프로세스 자체가 혁신돼야 하는 전행 과제다. 디지털에 방점이 찍히는 만큼 은행 내 다른 조직간 갈등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혁신을 위해선 CEO의 강력한 의지가 동반돼야 한다. 최근 은행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하는 행장들은 디지털 금융 전략을 간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행장들의 취임 일성을 살펴보면 IT에 대한 언급이 통상적으로 들어가곤 했지만 이제는 IT, 디지털이 은행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주요한 지표가 되고 있는 분위기다.

첫발은 KB국민은행이 내딛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21일 취임사를 통해 “핵심성과지표(KPI)를 포함한 은행의 모든 제도 및 프로세스를 고객 지향적 영업활동에 맞춰 신속하게 고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금융에 대해선 “디지털뱅크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핵심전략이자 미래성장동력이다. 은행 영업조직은 앞으로 고객에게 통합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말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모바일 뱅크인 ‘리브’를 비롯해 메신저 기반 뱅킹 앱인 ‘리브똑똑’, 부동산 플랫폼 ‘리브온’ 등 디지털 금융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 출범한 글로벌 디지털뱅크 ‘리브(Liiv) KB 캄보디아’ 고도화를 통한 글로벌 디지털 뱅크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차세대시스템 착수 여부도 주목된다. KB국민은행은 IBM 메인프레임을 대체하기 위한 주전산시스템의 선택, 중장기 클라우드 환경을 수용하기 위한 x86 중심의 시스템 구성 등 매우 민감한 IT 현안이 담긴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앞두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다만 허 행장은 취임사에서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도 12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우리은행장을 최종 선임한다. 우리은행은 19일 임추위 회의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군을 10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종 후보자 1인은 다음달 초 이사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위해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사업포트폴리오를 재구축, 글로벌 비즈니스 영역 확대, 플랫폼 네트워크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내년 2월에는 차세대 ICT 시스템이 오픈될 예정에 있는 등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상태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뱅크 시장에서 브랜드를 다지고 있는 ‘위비뱅크’ 전략의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위비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계속해온 우리은행으로선 그동안의 플랫폼 전략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 모바일메신저 '위비톡'과 멤버십통합관리 플랫폼 '위비멤버스', 오픈마켓 쇼핑몰 '위비마켓'을 잇따라 선보인 우리은행은 현재 디지털 금융의 화두가 되고 있는 ‘생활 금융 플랫폼’ 전략에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차기 농협은행장 인선도 관심이다. 현 이경섭 행장이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농협금융은 임추위를 열고 행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일정, 절차 등에 돌입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금융권 첫 오픈 플랫폼을 론칭시키는 등 디지털 금융전략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행장은 농협은행의 디지털 전략을 보다 가속시켜야 하는 책임에 놓여있다.

디지털 분야에서 다른 은행들보다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농협은행이지만 기존 고객의 연령층이 높아 비대면거래가 중심이 되는 모바일 뱅크 등의 전략을 구체화시키기가 녹록치 않다.

농협은행이 타 은행보다 한 발 앞서 디지털 창구업무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전 지점의 페이퍼리스 등 디지털 창구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 3월말 기준 전국 은행 지점수를 보면 농협은행은 1168개로 지점수면에선 현재 은행 중 1위다. 농협은행의 디지털 창구 전략의 성패가 결국 오프라인 지점을 이용하는 고객층을 어떻게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흡수하느냐에 달린 만큼 전략적인 조율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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