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안기업에 일침 “경쟁력 없는 글로벌 인텔리전스 포기해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글로벌 인텔리전스를 요구하는 국내 보안기업의 솔루션들은 경쟁력이 없다. 글로벌 보안기업의 자본과 인텔리전스 능력을 따라갈 수 없고, 사실상 백전백패다. 새로운 전략을 펼쳐야 한다.”
6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해킹방지워크샵’에서 국내 보안기업을 향한 일침이 이어졌다. 글로벌 인텔리전스를 확보해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고군분투 중인 국내 보안기업을 향해 현실을 일깨우는 쓴 소리들이 나왔다.
이날 신수정 KT 전무는 인텔리전스 플랫폼 전략을 꾀하고 있는 국내 보안기업들이 글로벌 솔루션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담보할 수 있느냐는 점에 의구심을 표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니치마켓에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전무는 “국내 기업이 전세계에서 나오는 악성코드와 침해대응 정보를 수집하는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도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없다”며 “국내 보안 컨설팅은 수준이 저하돼 있고 관제 수준도 높지 않은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서비스 영역에서는 잘 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보안 솔루션들이 광범위한 플랫폼 형태로 넓혀서 글로벌 주요 보안기업으로 꼽히는 시만텍, 파이어아이 등과 경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신 전무는 글로벌 인텔리전스 플랫폼에 주력하기보다는 좁은 영역의 보안 솔루션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신 전무는 “오히려 침해예방 또는 네트워크접근제어(NAC), 데이터유출방지(DLP) 등과 같은 솔루션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다”며 “보안 솔루션 기업들은 전선을 넓게 펼치지 말고 좁은 영역에서 싸우면서, 분석과 인텔리전스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으로 새롭게 전략을 꾸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찬규 넥슨 본부장은 국내기업에게 클라우드를 활용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시장조사부터 시작해 현지파트너를 모색하고 법인까지 설립하는 등 높은 진입장벽과 금전적 부담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해외진출에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적고, 성공하면 글로벌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 가능하다.
정 본부장은 “글로벌 보안기업들은 제품 설명부터 구현 동영상까지 그들의 강점만을 굉장히 잘 포장해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며 “국내 기업들도 잘 포장된 제품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해 전세계적인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시장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에 대해서도 현장의 애로사항이 쏟아졌다. 신기술과 관련한 보안시장의 현주소는 실체 없는 과장된 마케팅일 뿐, 해결해야 할 현실적 문제들이 쌓여 있었다.
최동근 롯데카드 상무는 “IT부서가 배제된 상황에서 마케팅 측면에서 신기술과 관련한 계획이 생기고 기술이 도입된다”며 “IT부서가 늦게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되니, 결국 보안은 이보다 더 나중에 인지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핀테크와 같은 신기술 도입 때 보안에 대해 먼저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 상무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보안담당자가 첫 단계부터 합류하고 문제 발 생 때 빠르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원유재 CONCERT 회장은 “신기술을 적용해 보안솔루션을 구축한다 해서 봤더니, 시스템 통합(SI) 사업이었다”며 “사람에 대한 투자가 많아져야 하며,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분석가도 많아야 하는데, 기술로만 해결하려 하면 이제까지 해 온 방향과 같은 것 뿐”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전길수 KISA 본부장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AI는 보고서를 통과시키는 마법의 단어라고 한다”며 “이런 기술들을 통해 미리 보안사고를 예측할 수 있으면 좋지만 일기예보처럼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범죄나 사고도 미리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듯, 사이버보안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안전하기 위해서는 항상 위험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예측보다는 위협정보를 공유·분석하고 AI 관제 등을 통해 기업의 방어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당장 새로운 기술들을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 점이 있다”고 말을 보탰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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