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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로봇처럼 움직이면서 임무 수행 … 음성인식 AI ‘타이키’ 써보니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마블의 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에게 최첨단 수트 만큼이나 부러운 것이 인공지능 ‘자비스’다. 아이언맨이 양 손이 바쁜 전투 중에도 정보를 수집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자비스가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장은 이미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구글의 ‘에코’,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 시장 선점을 위해 검색, 이커머스, 음악 감상 등 각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전자인증(대표 신홍식)의 출자법인 에이아이브레인이 내놓은 ‘타이키’가 노리는 지점은 틈새시장이다. 저 연령층을 타깃으로 예전 ‘다마고치’처럼 인공지능을 육성하는 형태의 제품을 내놨다. 전면에 세운 기능은 영어 학습이지만 이 제품을 갖고 놀다 보면 자연스럽게 코딩, 창의성 증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AI스피커는 음악 감상, 다른 음성 인식 비서들은 사물인터넷(IoT) 조작 등 각 기능에 특화돼 있다. 타이키가 갖고 있는 정체성은 ‘이동성’이다. 음성인식 인공지능에 바퀴를 달았다. 조금 더 로봇에 가까워진 형태를 보여준다.

타이키가 가진 기능을 간단히 정리하면 ▲움직이기 ▲영어로 대화하기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대로 작동하기 3가지다. 타이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다만 타이키 디바이스와 블루투스로 연결되지 않으면 구동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두뇌, 눈, 입 역할을 모두 맡아서 하며, 디바이스는 바퀴를 통해 이동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조종이다. RC카를 조종하는 것처럼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난 컨트롤러로 전진, 후진, 회전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스마트폰 2대가 있다면 카메라를 통해 나타나는 화면을 공유하면서 드론처럼 조종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리 경로를 지정해놓고 그를 따라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카메라 컴퓨터 비전을 통한 조작도 가능하다. 간단한 자율주행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타이키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빨간색 원형 표지, 화살표, 그리고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한다. 얼굴이나 붉은 공 표지가 좌우로 이동하면 따라서 고개를 돌리고, 걸어가면 강아지처럼 따라오고, 가까이 다가가면 뒤로 물러서기도 한다. 화살표처럼 생긴 마커를 이용하면 마커가 가리키는 방향을 인식해 움직이기도 한다.

‘타이키로봇’ 앱을 활용하면 훨씬 더 복잡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 큰 소리가 났을 때, 특정 음성 명렁어, 특정한 이미지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타이키의 행동을 미리 지정해놓는 것이 가능하다. 부품을 이것저것 조립해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내는 학습도구 ‘과학상자’의 인공지능 버전인 셈이다.

예컨대, ‘식사 다 됐다’고 음성 명령을 내리면 지정 경로에 따라 방을 돌아다니면서 식구들에게 정보를 전하고 돌아오게 설계할 수 있다. 상점에서 손님이 왔을 경우 인사를 하고 ‘따라오세요’라고 말하며 제품을 하나씩 설명해주는 기능도 생각해볼 수 있다. 조금 더 복잡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강남스타일’이라는 음성 명령에 따라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타이키를 구현할 수도 있다.

미세한 거리 조정까지는 되지 않는다. 꽤 넓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작동시켜도 낭떠러지로 열심히 달려가는 타이키를 볼 수 있다. 현재 전면 초음파 센서까지는 탑재돼 있다. 장해물은 인지할 수 있으나 바닥은 인지하지 못한다. 바닥 감지 센서는 추후 차기 버전에서 포함될 계획이다.

타이키의 또 다른 핵심 기능은 영어 학습이다. 영어 대화형 타이키는 '타이키AI' 앱을 통해 작동한다. ‘일정 등록’ ‘날씨’ ‘알람 설정’ ‘음악 재생’ 등 시중 음성인식 비서가 하는 기능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처음에는 백지 상태다. 이용자가 자신의 이름, 취미 등 정보를 넣어주면 그에 기반해 학습을 시작한다. 타이키에게 ‘Who are you?'라고 물었더니 ’I am a idiot'이라고 대답해 놀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처음 등록 당시 장난삼아 ‘You are idiot'이라고 입력해놨던 것이 기억났다. 잘못된 정보를 넣어주면 잘못된 인공지능으로 자랄 수도 있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테이’가 인종 차별, 성 차별 발언을 쏟아내 문제가 된 사례와 비슷하다. 사용자가 인공지능을 키운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사용해본 결과, 타이키와 대화가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될 지는 살짝 의문이 든다. 대화 내내 'Please speak in complete sentence(정확한 문장으로 말해주세요)' 'Sorry, I can't understand you, Could you simplify the sentence(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문장을 더 간단하게 해주시겠어요)?‘에 시달려야 했다.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타이키가 제대로 말을 알아들을 때까지 수십번에 걸쳐 발음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며 반복해야 한다. 내 나이를 수차례 타이키에게 설명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타이키는 아직 나를 10살로 알고 있다.

이는 물론 기자의 영어 발음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평범한 8세 수준 어린이의 영어 발음이 그리 유창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영어 원어민과 타이키의 대화는 잘 이어질 수도 있지만, 한국인의 경우 출중한 발음을 갖추기 전에 학습 자체에 지쳐버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용자가 대화 예문을 읽고, 인공지능은 묻는 말에 답만 할 수 있는 시스템은 단순하고 지루해 흥미를 돋우는 데 한계가 있다. 최소 이용자에게 이렇게 저렇게 말을 먼저 걸어보는 주도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키AI에서는 타이키 디바이스가 별 역할을 하지 않는다. 'Go straight' 'Go back'에 따라 앞뒤로 움직이는 정도 수준이다. 사실상 분리시켜 놓고 이용해도 별 무리가 없다.

타이키 제품 외관과 아바타의 디자인은 좀 투박한 편이다. 스마트폰을 분리시켜 놓은 상태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AI 스피커에 카카오의 ‘라이언’ 캐릭터만 붙여놔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생각하면 시장성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다. 오픈마켓 기준 타이키의 가격은 30만원에 조금 못 미친다. 스마트폰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 부담은 더 커진다. 조금 더 디자인에 신경을 쓸 수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에이아이브레인 측 관계자는 “자동차는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형태며, 아바타 역시 외국에서는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 디자인”이라며 “내년 초 타이키 2.0이 나오면 어느 정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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