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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열풍, 기업 이름도 바뀌나…‘닷컴 광풍’ 재현?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가상화폐 열풍으로 국내 상장사의 사명(社名)마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다. 2000년대 초, ‘닷컴’ 열풍 이후 국내 주식 시장에 가상화폐의 후폭풍이 점차 확장되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전문업체 아이지스시스템(대표 윤석원) 관계자는 내년 2월9일 임시주총에서 사명을 ‘데일리 블록체인’으로 바꾸는 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아이지스시스템은 최대주주 엘에이에치(대표 윤석원)가 보유한 주식 531만2046주와 경영권을 옐로모바일(대표 이상혁)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지스시스템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공시가 나온 21일과 다음날인 22일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29.80%, 29.85% 상승했다. 연휴 뒤, 26일 주가는 전일 대비 29.86% 치솟은 330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가격 제한폭인 30% 가까이 폭등한 모양새다.

이는 옐로모바일이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는 핀테크업체 데일리금융그룹을 자회사로, 국내 2위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대표 차명훈)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아이지스시스템이 향후 블록체인 등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회사 측이 사명에 ‘블록체인이란 단어를 넣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기반이 되는 기술로,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데이터를 저장하던 방식을 분산 저장 방식으로 바꿔 해킹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옐로모바일이 아이지스시스템과 블록체인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앞서 지난 22일 아이지스시스템과 옐로모바일 관계자는 “(사업 방향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2월9일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되는 임시주주총회까지 2개월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는 가운데, 주가만 널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가상화폐(암호화폐)와 관련한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해 주가가 크게 오르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크립토(Crypto)라는 블록체인 업체의 거래를 중지시켰다. 이 회사는 사명을 기존 크로에(Croe)에서 크립토로 바꾼 이후,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2700% 상승했다. SEC는 이 회사와 관련해 주가 조작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크립토는 암호화폐(Crypto currency)를 연상시키는 단어로, 시장에서는 최근 암호화폐 열풍과 맞물려 이 회사가 사명 변경만으로도 큰 주목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음료제조사인 ‘롱 아일랜드 아이스티’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사명을 ‘롱 블록체인’으로 바꾸겠다고 밝히자 이날 주가가 500%가량 뛰기도 했다. 생명공학기업인 바이옵틱스(Bioptix) 역시, 지난 10월 사명을 '라이엇 블록체인'으로 변경하자 주가가 400% 올랐다.

한편,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경기침체가 회복되면 점차 가상화폐 열풍이 가라앉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사명 변경까지 고려하는 가상화폐 관련주가 등장하는 등 지나친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우려가 점차 깊어지고 있다.

26일 한국투자증권(박소연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확산되고 실물경기 개선 조짐이 활발해질수록,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보다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비교적 명확하다”며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17년은 장단기 금리차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수요 부족, 물가 기대 하락 등 일드커브 플래트닝(수익률 곡선 평탄화) 논쟁이 본격화된 시기였다”고 말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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