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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시동건 효성…현정부 재벌규제 예봉 피하나

신현석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효성이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공표했다. 효성의 그룹 분할은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와 맞닿아 있다. 재벌기업 규제가 강화되기 전 지주사 전환을 서둘러, 그룹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도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견해다.

효성은 주요 사업 부문 분할을 통해 각 사업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지주사 전환 요건 충족을 명분으로 자회사 지분을 더 끌어 모을 수 있다.

조현준 회장 등 오너일가 역시, 지주사인 효성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지배력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번 효성의 지주사 전환 발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된 ‘오너일가 지배력 확대’ 측면에서의 밑그림이 완료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효성의 지주사 전환은 ‘자사주 활용 규제’, ‘조세특례제한법 일몰’, ‘지주사 전환 요건 강화’ 등 새 정부 들어 논의가 한창인 재벌기업 규제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대기업 제재안이 현실화되기 전 지주사 전환을 서두름으로써 현정부의 예봉을 피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3일 효성은 이사회를 열고 주식회사 효성을 지주회사로, 또 기존 4개의 사업 부문을 각각 독립된 법인으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효성은 투자를 담당할 존속법인인 지주회사와, 분할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의 4개 회사로 분할되게 됐다.

아울러, 효성은 분할 재상장을 위한 주권 재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제출했다. 분할 후, 지주회사 효성은 자회사의 지분관리 및 투자를 담당하게 되며 효성티앤씨는 섬유 및 무역 부문, 효성중공업은 중공업과 건설 부문, 효성첨단소재는 산업자재 부문, 효성화학은 화학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현재 최대주주 일가는 효성의 지분을 37.5%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분할 직후 최대주주 일가는 각 독립 법인 지분을 37.5%씩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또한 효성은 분할 직후 4개의 독립 법인에 대해 각각 5.3%씩의 지분을 갖는다. 현재 효성이 5.3%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DB금융투자는 분석리포트를 통해 “(효성이) 분할을 통해 얻는 이득은 자사주 5.26%를 활용하게 됐다는 점”이라고 분석해 주목을 끌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인적 분할 과정을 거치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변신하게 된다. 즉, 효성 오너일가로선 분할 후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자사주가 큰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현행법상 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율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효성은 분할된 4개 회사에 대해 최소 15% 이상씩의 지분을 더 보유해야 한다.

오너일가는 분할되는 4개 법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이를 지주사에 현물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더 늘릴 수 있다. 분할 후 ‘오너일가 → 효성 → 4개 법인’의 지분 구조가 되는 상황에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는 셈이다. 작년 9월말 기준으로 조현준 회장, 조현상 사장, 조석래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은 각각 14.27%, 12.21%, 10.18%다.

효성 측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지주사 전환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효성 오너일가가 작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온 사실을 상기하면 실상 ‘자사주 활용’ 등을 통한 지배력 강화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지주사 전환 전 자사주를 매입해 인적분할 뒤 경영권 방어 및 지배력 강화 효과를 노리는 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자사주 활용을 통해 오너일가가 수혜를 받는 만큼, 개인 주주들의 의결권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미 작년부터 업계에서는 효성이 지주사 전환을 서두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왔다. 문재인 정부가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기존 20%에서 30%로 올리고 부채비율을 200%에서 100%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주사 전환 시 대주주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주식 처분 시기까지 미뤄주던 조세특례제한법이 올해 일몰될 예정이다. 아울러 기업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규제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한편, 효성그룹은 총 110개 이상의 국내외 계열사를 두고 있다. 효성의 코스피 상장 계열사는 갤럭시아에스엠, 진흥기업, 효성ITX가 있으며, 코스닥 상장사로는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신화인터텍을 두고 있다. 이외에 노틸러스 효성,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캐피탈 등 비상장사 39개와, 해외 비상장 법인 68개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 중 금융회사인 효성캐피탈 처분 문제도 관심사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하고 있어, 효성은 효성캐피탈을 2년 내에 매각해야 한다. 현재 효성은 효성캐피탈 지분을 97.15%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3자에게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너일가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직접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DB금융투자는 “(효성이) 효성 캐피탈 매각을 통해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도 “분할 관련 자산재평가를 통해 무수익 자산의 상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BK투자증권은 투자분석리포트를 통해 “효성의 분할, 상장만으로 기대할 수 있는 업사이드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는 기존 단일 상장법인에 포함돼 있던 사업부의 분할형태로 신설법인 배정비율 의미가 크지 않고, 그 동안 숨겨져 있거나 재평가 받을만한 법인 또는 자산이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분할 자체 이슈보다 향후 사업부별 업황과 실적이 더 중요한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신설회사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 주식은 해당 신설회사로 승계하고 나머지는 효성에 존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분할에 대해 승인여부는 오는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가결되면 6월 1일자로 회사분할이 이뤄진다. 신설 분할회사들의 신주상장 예정일은 7월 13일이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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