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스마트시티의 함정은 해킹이 아니었다. 해킹보다 무서운 것은 정전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없어졌을 때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행사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18’가 경각심을 환기했다. 주최한 전미가전기술협회(CTA)도 마찬가지다.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CES2018에서 이날 오전 정전이 발생했다. 주요 업체 전시관이 모여 있는 테크 이스트 구역이다.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센트롤 홀에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센트럴 홀은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하이얼 퀄컴 인텔 등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 전자업계 대표 기업 전시관이 있는 공간이다.
CES2018은 스마트시티를 강조했다. 스마트시티는 스마트폰의 경험을 도시로 확장한 개념. 스마트폰, 스마트홈, 스마트카 등 도시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언제 어디에서나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해킹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안전을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전이 되자 행사장은 암흑에 갇혔다. 모든 기기는 멈췄다. 정전은 사물인터넷(IoT)도 해킹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기가 있어야 기기가 작동한다. 작동하지 않는 기기는 편리함을 주지도 위험 요소가 되지도 않는다. 가상현실(VR) 체험존이 있는 로비는 정전이 되지 않아 관람객 안전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살리려던 업체도 돈을 들여 구경을 온 관람객의 불만이 쏟아졌다.
CTA는 정전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치 못했다. 안내방송 등 대응책도 부실했다. CES2018 예상 관람객은 17만명 이상이다. 150여개국에서 모인다.
업체 관계자는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며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이 날아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라며 “일방적 정책과 일방적 태도가 문화라는 생각까지 든다”라고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지난 9일(현지시각) 내린 폭우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막에 만들어진 도시다. 비가 내리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 9일에도 천정에서 비가 새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