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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덕에 큰 알뜰폰, 정부 탓에 고사위기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성장한 알뜰폰이 이번에는 정부 정책 때문에 궁지에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알뜰폰은 출범 이후 정부의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우체국 판매 등 파격적 지원정책에 힘입어 승승장구해왔다.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우려를 딛고 현재 점유율 11.7%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은 외적 성장과 달리 내실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매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선불폰 가입자 비중이 40%에 달한다. 반면, 수익성이 높은 LTE 가입자 비중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동통신 3사의 월평균가입자당매출(ARPU)가 3만원 중반대인 반면 알뜰폰은 1만원 중반대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때문에 알뜰폰 업계의 화두는 점유율 확대가 아닌 내실강화였다. 이를 위해서는 LTE 비중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진통 끝에 나온 도매대가 협상 결과는 알뜰폰 업계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특히, 수익성 확대를 위해 LTE 고가 요금제 진입을 노리고 있지만 무제한 구간의 인하는 2.26%p에 그쳤다. 사실상 해당 구간에서 상품을 내놓기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LTE 비중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도매대가 협상결과는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며 “6.5GB 이상 구간은 아예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시작된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으로 요금경쟁력마저 잃을 위기에 놓였다.

특히, 알뜰폰 업계는 올해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이동전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특정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골자다. 2만원대 초반 요금제에 음성 200분 내외, 데이터 1.2~1.5GB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알뜰폰 요금상품과 큰 차이가 없다.

브랜드, 결합상품 측면에서 부족한 알뜰폰을 이용하는 이유는 저렴한 요금제 때문이다. 요금에 차이가 크지 않다면 굳이 알뜰폰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시 도매대가 특례제도를 도입해 알뜰폰이 요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 전 구간에 걸쳐 한 단계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용범위 산정에 논란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전구간에 걸쳐 특례제도가 이뤄질 경우 향후 도매대가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찾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보편요금제 도입이 이뤄지면 이후 알뜰폰 활성화 방안도 만들어질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지원대책을 말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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