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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업계 1위 위상 되찾을 수 있을까…더 무거워진 홍원표 대표의 어깨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IT서비스업계의 맏형인 삼성SDS가 지난 31일 새로운 기업 비전인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Data-driven Digital Transformation Leader)’를 선포했다.

지난 2015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인사이트 투 인스퍼레이션(Insight to Inspiration)’이란 비전이 재정립된 것이다.

당시 삼성SDS는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고, 글로벌 10대 정보기술(IT) 서비스기업으로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올해 새로운 홍원표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삼성SDS는 IT서비스사업부문과 글로벌 전략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보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지난 몇년간 국내 IT서비스업계 1위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SDS의 행보에는 어딘지 모를 답답함이 있었다. 외형은 1위일지 몰라도 실질적인 위상과 영향력은 1위에 미치지 못했다.

솔루션 기업으로의 시원한 환골탈태, 글로벌IT 기업으로의 역동적인 성장, 인공지능(AI) 등 혁신 IT서비스기업으로의 변신 등 어느 것 하나 시장의 기대에 만족스럽게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러한 지적을 만회할 시간이 시기적으로는 2018년, 바로 올 해다.

◆새로운 2020비전, 솔루션 경쟁력 초점 = 삼성SDS는 그동안 '비전 2020 달성'을 위한 한 축이었던 물류 BPO 사업 분할 논의 이후 IT서비스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과제로 부상했다.

물류 BPO사업 분할에 대해 2017년 한차례 유보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지만 싱가포르, 브라질, 미국, 중국법인 등 물류 해외법인 분할이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물류 BPO 분할은 언제든지 실행 가능한 옵션이다.

2017년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삼성SDS는 매출 면에서 매년 성장해왔다. IT서비스 분야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고 있다.

다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외형이 아니라 내실에서 그렇다. 지난 2015년 '비전 2020'을 통해 삼성SDS는 기존 그룹 내 IT아웃소싱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매출을 늘리고, 솔루션 기반의 미래 사업 매출도 증가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바 있다.

경영 환경의 급변에 따라 이러한 장기 비전은 실행의 의미보다는 전략적 방향성을 가늠하는데 보다 가치를 두고 있다. 특히 변화가 심한 IT업계에서 비전은 말 그대로 비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삼성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SM 사업도 이제는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회사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비전 2020'의 유효기간이 이제 2년밖에 안 남았다. 하지만 물류BPO가 떨어져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수치적으로는 달성이 가능해 보인다. 여기에 이제는 신사업으로 블록체인과 인수합병이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되는 모양새다.

삼성SDS는 IT서비스 사업에서 스마트팩토리, AI·Analytics(인공지능·분석), 클라우드, 솔루션 등 4개 전략사업에 집중하고, 물류 사업에서는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업종으로 신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4개 전략 사업은 이전에도 언급됐던 키워드다.

이번엔 블록체인 기술을 다양한 업종 고객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ion)을 가능케 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새로운 비전이 발표된 날 삼성SDS 홈페이지에는 이를 설명하는 말로 “데이터(Data)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기업, 삼성SDS”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또 “삼성SDS는 데이터 기술과 분석역량을 바탕으로 제조현장부터 통합물류, 고객접점 및 업무효율까지,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을 통해 차별적 가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블록체인과 인수합병 관전 포인트 = 이번 비전선포에서 강조된 것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최근 가상화폐 이슈와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삼성SDS는 다른 IT서비스업체들보다 일찍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은행연합회의 블록체인 인증 사업, 서울시 블록체인 사업 등을 수주했다.

블록체인은 기존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 효율성과 비용면에서도 절감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아직은 기술측면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지만 기업 비즈니스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거래’와 ‘관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블록체인 기반의 기업 IT인프라가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시장 규모를 지금 시점에서 가늠하는 것은 무리다. 삼성SDS가 블록체인을 신사업으로 제시했지만 시장 예측은 어디까지나 냉정해야한다.

삼성SDS는 이러한 기업의 요구사항을 실현하기 위해 4개 전략 사업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삼성SDS는 그동안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솔루션 확보에 주력했다. ▲기업 모바일 ▲분석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제조 ▲리테일 ▲의료 ▲IT인프라 ▲물류 등 9개 카테고리에 30여개의 솔루션 제품군이 현재 완성돼있다.

일단 삼성SDS로서는 이같은 솔루션 비즈니스를 잘 꿰어야 한다. 삼성SDS는 수년전 국내 최고 여신솔루션업체인 누리솔루션을 인수했지만 결과적으로 3년만에 재매각하고 손을 털었던 사례도 있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이 요구된다.

인수합병(M&A) 등 외적 성장(Inorganic growth)를 통해 글로벌 삼성SDS로 새롭게 나아간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SDS는 상장 이후, 확보된 현금으로 인수합병에 활발하게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일부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등을 제외하고 큰 한방은 없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비브랩스’, ‘조이언트’ 등 기업용 솔루션 및 인프라 부분의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진행해 삼성SDS의 행보가 답답하게 느껴졌던게 사실이다. 열심히 움직인 듯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는 없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새해들어 삼성SDS가 인수합병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그 대상이 어디가 될지 관심이다. 업계에선 기본적으로 4대 전략사업 관련한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 인수를 점치고 있다.

홍원표 대표가 미국 등 해외시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의 모든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타겟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원표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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