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SI 원격지 개발 활성화, 육아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 의미있는 호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외국은 수행사 여건에 맞춰 개발 장소나 시간 상관없이 결과물(성과)만 잘 내면 전혀 터치하지 않습니다. 원격(지) 근무에 앞서 발주사의 요구사항 명확화, 과업 변경시에도 적정대가 지급 등의 관행 등이 한꺼번에 개선돼야 IT 산업 전반에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최혜원 SK(주) 그룹장)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공공사업에 투입되는 개발자는 모두 메뚜기라고 부릅니다.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발주자의 사업 수행을 위해 옮겨 다니다가, 본사로 출근하면 괴리감을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그동안 원격지 개발을 비롯해 수많은 공공SW 개선을 위한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시장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자른 알렉산더처럼 관행을 끊어야 합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주관한 ‘4차산업혁명시대, SW개발사업의 선진화와 실효성 모색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원격지 개발을 정착시키기 위해선 기간 별 로드맵 등 세부 추진안을 정해서 힘 있게 밀고 나가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격지 개발은 발주기관과 협의한 장소에서 이뤄지던 기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자가 지정한 장소에서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는 주로 발주기관 혹은 발주기관이 지정한 장소에서 진행된다. 원격지 개발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도 아니다. 작업장소에 관한 규정에 의거, 사업자가 필요한 경우 발주기관장의 승인이 있으면 사업투입인력을 원격지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16년 12월부터 사업총괄수행자나 수행책임자(PM) 등 핵심인력을 제외한 투입인력에 대한 헤드카운팅 관례를 전면 금지하면서 원격지 개발 활성화 계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개발인력은 발주기관의 승인이 필요하고, 대외 감사 핑계를 들어 헤드카운팅을 진행한다고 기업들은 지적한다.
이미 해외의 경우 원격지 개발이 아닌 원격 개발이 대세다. 원격 개발은 말 그대로 원격으로 SW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 장소나 시간, 국경, 고용형태의 다양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날 발제를 진행한 김숙경 카이스트 글로벌IT기술대학원 교수는 “SW 생태계 최하층에 있는 SI 개발자들은 하도급 구조로 야근·주말·파견근무 등이 빈번하고, 낮은 금전적 처우와 전문성 계발 부족으로 5D(3D+Dreamless+Deadness)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원격개발은 기업의 생산성·효율성을 강화하고 개발자에게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 사업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로 원격개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원격개발 유형발굴 및 시범사업 추진을 통한 성공사례 발굴이 필요하다”며 “또 원격개발 승인 및 사업관리 절차 등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계획과 성과측정 및 평가 방안 등이 포함된 원격개발 가이드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격지 개발 시 보안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제도적·기술적 사전장치를 준비하는 것만큼 보안사고가 실제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를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보안문제 발생 시 후속조치를 위한 증거사슬(Chain-of-Evidence) 확보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혜원 SK(주) 그룹장은 “원격지 근무가 활성화되면 개인이나 조직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겨 신기술에 대한 지식 기반이 쌓이고, 이를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다”며 “또 이에 따른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경력단절이 되는 여성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곽병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산업과장은 “지난 1월 31일 ‘SW 관리감독에 관한 일반 기준(고시)이 개정됐다”며 “이에 따라(제8조의2)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지침 제41조제1항에 의거, 작업 장소 협의 시 공급자(기업)가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보안 요구사항을 준수해 작업 장소를 제시할 경우 이를 우선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주자는 공급자가 제시한 작업 장소가 요구사항을 준수했는지 확인하고 미흡한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 곽 과장은 “기업이 보기에는 조금 미흡할 수 있지만 향후 원격개발 근무지원 센터(가칭) 설립를 추진하는 등 지원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격지개발 관련 내용은 현재 진행 중인 SW산업진흥법 전면 개정안에도 포함돼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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