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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번호이동 시장…갤럭시S9 구원투수 될까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갤럭시S9 출시와 함께 얼어붙은 이동전화 번호이동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는 39만7616명으로 전월에 비해 20.5%나 감소했다. 번호이동이 월 40만 이하로 떨어진 것은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됐던 2014년 10월에 한차례 있었고 그 전에는 10년도 더 지난 2005년 6월에 있었다. 단말기 보조금을 법으로 통제하는 단통법이 시작된 달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시장이 가장 얼어붙은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번호이동은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를 옮기는 것을 말한다. 2011년에는 월 평균 99만6000명이 통신사를 바꿨고 2012년에는 월 평균 104만6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3년에도 월 93만명이 통신사를 갈아탔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대표적인 경쟁지표로 통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휴대폰 보조금 지급 척도, 시장과열의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들쭉날쭉한 단말기 보조금이 이용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됐고 월 100만을 넘던 번호이동은 크게 감소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월 평균 번호이동은 57~58만명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며 번호이동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올해 2월 역대 최저 수준인 40만 이하의 번호이동을 기록했다. 올해 2월의 경우 예년에 비해 특이한 경우로 볼 수 있다. 일단 직전월인 1월에 지원금의 이용자차별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506억원 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곧바로 과열경쟁을 펼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거 더 많은 과징금을 받았을때도 이렇게 시장이 조용하지는 않았다. 몇가지 요인이 더 작용했다.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있었다. 통상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시기에는 번호이동 규모가 적었다. 여기에 아이폰10 등이 출시됐지만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밖에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다는 점도 번호이동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3월에는 상반기 최고 기대작 삼성전자의 갤럭시S9이 출시된다. 그렇다면 갤럭시S9이 얼어붙은 번호이동 시장에 훈풍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갤럭시S9 판매가 상당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통3사 모두 이견이 없다. 하지만 판매량 증가가 번호이동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 선택약정할인이 20%에서 25%로 확대되면서 고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경우 단말기 보조금보다 요금할인 혜택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됐지만 갤럭시S9의 초반 공시지원금은 고가 요금제에서도 30만원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현재 이통사들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다.

단말기 지원금이라는 마케팅 비용을 예측하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구체화 돼야 한다. 가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보편요금제 도입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반기 중 법안을 국회 제출할 예정이다. 빨라야 연내 제도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를 막기 위해 사업자간 자율 요금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효과가 불분명한 보조금 경쟁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갤럭시S9 판매가 특정 이통사에 집중될 경우 지원금 또는 리베이트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특정 이통사가 경쟁을 촉발할 경우 나머지 사업자들도 따라갔다는 패턴이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특정 이통사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보조금 경쟁은 불가피하다”며 “대란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리베이트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국지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통사들 모두 예년에 비해 강도 높은 비용통제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점점 보조금보다 요금할인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됐지만 이통사들도 단통법 이전처럼 보조금을 쓰는 시대는 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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