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보안업체의 변신, 탐탁찮은 시선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보보안 전문기업 닉스테크가 바이오닉스진이라는 회사로 새롭게 바뀌었다. 사명부터 최대주주, 대표, 이사, 사업목적까지 모두 변경됐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걱정스런 시선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회사 설립부터 코스닥 상장까지 진두지휘한 박동훈 대표는 회사를 내려놨다. 올해도 적자를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분류되고,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다.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통은 없었다는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주요 임원들, 심지어 최고재무책임자(CFO)조차 계약 체결 후 긴급공시를 올리기 전까지 몰랐다는 이야기가 내부 조직에서 나온다.
지난달 닉스테크는 공시를 통해 박동훈 대표 외 4명이 보유주식 588만1117주를 서울생명공학 외 6인에게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용보장이나 직원에 대한 보상은 알려진 바 없다.
한 국내 보안기업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회사를 팔게 되면, 직원들에게 자신의 회사처럼 생각하고 일하라는 말을 감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안업계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최대주주에 오른 서울생명공학은 올해 1월 설립된 회사로, 금융펀딩과 경영컨설팅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신생회사에 회사를 맡기고, 보안과 관련 없는 바이오 신약·의약품 개발 등을 새로운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일련의 작업에 대해 설득력 있는 목소리가 필요했다.
박동훈 대표 사임 후 이용진 전 국립암센터 연구원과 한일주 전 홍콩KHM인베스트먼트 이사가 각자 대표로 올랐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도 바이오 및 신약 연구 관련 인물들로 구성됐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사 관계자는 “전형적인 우회 상장으로 보이며, 해당 산업과 관련 없는 곳에서 인수 후 경영권을 잡는 모습은 건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넥스지 사례처럼 기업이 망가질 수 있으며, 기존의 보안사업이 잘 영위될 것이라 쉽게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국내 보안시장은 정체돼 있다. 이를 타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인수합병(M&A) 활성화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회사만 파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건전한 M&A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발전의 모멘텀을 세우면서 보안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닉스테크를 향한 부정적 시선을 잠재우려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서울생명공학은 바이오사업을 통해 보안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보안을 주요 사업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안업계에서 가보지 못한 바이오사업과의 시너지를 꾀하는 청사진을 보여줄 것인지, 우려를 현실로 만들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노릇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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