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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번호는 주문 안 받아’… 이용자 보안 강화에 배민-업주 갈등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안심번호로 주문 시 서비스 드리지 않습니다’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안심번호 확장 정책을 두고 배달음식 업주들 반발이 거세다. 배민이 지난달 20일부터 이용자가 음식 주문 시 선택할 수 있었던 안심번호 옵션을 ‘기본 설정’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주문이 안심번호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업주들은 고객관리 불가, 통화 비용 상승 등으로 불편함이 크게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일부 업소는 안심번호 주문 시 배달 거부, 쿠폰이나 음료 등 서비스 미적용 등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통상 업주들은 업소 주문관리 프로그램에서 전화번호를 통해 신규 및 단골 고객, 불량 고객을 구분해 관리한다. 재주문 고객, 신규 고객 비율을 파악해 할인 및 쿠폰 등 전반적인 운영 정책을 조절한다. 안심번호로 주문이 올 경우 기존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연계가 불가능해 고객에 따른 대응이 불가능하다. 주로 안심번호를 악용해왔던 악성 고객, 허위 주문도 걸러내기가 더 힘들어졌다. 바쁜 시간대에 일부러 경쟁업체에서 이를 악용한다는 피해사례도 나왔다.

안심번호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통신료도 불만을 더했다. 050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로 걸 경우 기본요금에 안심번호 이용 접속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통화비가 1분에 30원으로 일반 통화료 대비 2배 이상으로 비싸다. 통신사 무제한 요금제에도 안심번호 통화는 포함되지 않는다. 주문 확인, 기재 주소 부정확, 인터폰 고장 등으로 하루에 수십통 이상 통화를 해야 하는 업주와 배달 기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인 셈이다.

배민이 업주들의 반발에도 이처럼 ‘강경책’을 펴는 이유는, 업주들이 부정적 리뷰를 남긴 이용자에게 전화 등으로 수정요구, 협박을 하는 사례가 최근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 한 업주가 갈등을 빚던 고객의 개인정보를 리뷰 게시판에 댓글로 공개하며 겁박하는 사건이 발생해 배민은 기업 이미지에 크게 타격을 입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배민은 위협 업주 계약 해지, 리뷰 문구 전수 조사 등 다양한 예방책을 강구해왔다. 안전번호 확대 정책은 그 일환이다. 이 때문에 업주 반발에도 불구 배민 측은 정책 변경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분간 업주와 배민 간 안심번호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민 관계자는 “기존에 업주들이 전화번호를 통해 고객정보를 관리하던 방식은 엄밀히 따지면 법에 저촉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도입 초반엔 불편한 부분이 있겠지만, 향후 고객 개인정보 자체에 대한 업주들의 인식 변화가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법 상 고객 개인정보는 배달주문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불법이다. 개인정보를 마케팅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에게 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고객관리를 수행하는 업소는 거의 없다. 관행적으로 법 위반이 이뤄졌던 셈이다.

그는 “현재 법에 위반되지 않으면서도 업주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보완조치를 계속 마련하고 있다”며 “고객 최근 주문 이력이나 요청 사항 등 필요로 하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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