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기존 차세대시스템 추진계획 선회…‘더 K 전략’으로 대체
- 빅뱅 방식 탈피, 단계적 IT혁신으로 전략 변경, 실리와 효율성 추구
- IBM 메인프레임 기반 주전산시스템 환경, 그대로 유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은행장 허인)이 기존 계정계 중심의 주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국민은행은 ‘더 K 프로젝트’로 명명된 새로운 IT혁신 전략을 마련해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비대면채널과 스마트금융 ▲글로벌 뱅킹서비스 ▲오픈 API 도입을 포함한 전방위 IT인프라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아울러 국민은행이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UNIX)로 다운사이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존 차세대시스템 추진 계획은 전면 수정됐다.
국민은행은 주전산시스템의 골격은 기존대로 IBM 메인프레임 체계를 유지하되 x86 기종의 비중을 높여 혁신 요구에 대응하기로 했다. 앞으로 '더 K 프로젝트' 전략에 따른 개별 사업이 순차적으로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오후 여의도 본점에서 개최된 이사회에서 차세대시스템 추진을 포함한 IT 현안과 관련, 기존 주전산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더 케이(K)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IT혁신을 추진하는 내용의 IT 혁신안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은행의 기존 차세대시스템 계획은 '더 K 프로젝트'라는 보다 더 큰 그림으로 대체됐으며, 그동안 차세대 프로젝트 발주 시기를 놓고 발생했던 관련 IT업계의 혼선과 불확실성도 사라지게됐다.
국민은행이 마련한 ‘더 K 프로젝트'는 비대면채널, 글로벌 플랫폼, 마케팅 허브 등 PI(프로세스혁신) 혁신 사업 위주로 구성됐다. 즉, 국민은행은 '더 K 프로젝트' 전략하에 개별 IT혁신 사업들을 시기에 맞춰 추진함으로써 디지털금융,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기존 국민은행이 검토해왔었던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하나의 주사업자를 선정해, 2년여의 시간을 두고 계정 및 정보계 등 은행시스템 전반에 걸쳐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반면 '더 K 프로젝트' 전략과 같은 단계적 추진 방식은 혁신이 필요한 업무를 우선적으로 집중 추진하고, 주사업자도 업무별로 따로 선정한다.
◆'빅뱅' 방식 탈피, 단계적 중장기 IT혁신 전략 채택 = 국민은행이 그동안 국내 은행권에서 사실상 관랭으로 굳어졌던 빅뱅(Big Bang)방식의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 방식을 탈피한 것은 향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국내 금융권에서 실효성 논란이 많이 제기됐던 '빅뱅' 방식을 과감히 포기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단계적 방식의 IT 혁신 추진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같은 단계적인 IT 혁신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위해서는 중장기 IT로드맵의 정교하게 짜여져야 하고, 전략의 일관성도 흔들리지 않아야한다. IT거버넌스 중요하다. 이것이 흔들리면 난개발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이 훨씬 더 커진다.
넓게 보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가장 혁신이 필요한 부문만을 우선적으로 혁신하는 중장기 IT 전략을 진행하는데, 국민은행도 이제 이같은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국민은행의 '더 K 프로젝트'는 이미 각 사업별로 구체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미 '글로벌 플랫폼' 구현과 관련한 채널통합, 프로세스 표준화 등 각 부문별 혁신 추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했으며, 올해 하반기 이를 위한 IT업체 선정 등 후속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또 최근 디지털라이제이션(디지털전환)과 관련, 영업점 디지털 창구 확대를 위한 사업발주에도 나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여의도영업부, 서여의도영업부, 여의파크점 등 3개 영업점에서 디지털 창구 시범운영에 나섰으며, 올해에는 이를 700개 지점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 내부적으로는 "이미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IBM 메인프레임 유지하되 x86 적용 확대로, '안정과 혁신' 동시 추구 = 한편 이번 결정으로, 국민은행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 체제를 2020년6월 이후에도 계속 유지하게 된다.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기존 시스템을 대신할 만한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시스템 구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15년전부터 국내 은행권은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통해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UNIX) 기반의 오픈 환경으로 다운사이징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유닉스도 x86에 밀려 혁신성이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2020년 이후의 주전산시스템의 혁신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최근 금융 IT업계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국민은행처럼 국내 최대 은행이 'x86'을 당장 주전산시스템으로 채택하기에는 아직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계정계 중심의 주전산기의 교체 여부가 이제는 더 이상 국내에서도 뱅킹시스템 혁신의 핵심 이슈가 아니다. 국민은행으로서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은행은 향후 기존 메인프레임을 유지하되 개별 업무는 x86기반으로 적극 전환하는 믹싱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메인프레임의 최대 강점인 안정성과 함께 x86의 혁신성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실리와 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국민은행이 기존 메인프레임 체제를 유지하게되더라도 비용 부담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인프레임의 국내 시장 유지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IBM이 국민은행측에 파격적인 비용으로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최근 IBM이 기존 유닉스보다 저렴한 가격을 국민은행측에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이 마지막까지 수싸움을 통해 마음 급한 IBM을 십분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과 IBM간의 중장기 전산계약인 OIO계약은 오는 2020년6월에 만료되는데, 그보다 앞서 보다 국민은행이 기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롭게 갱신계약을 맺게 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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