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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고성능 CPU…인텔, PC 시장 회복세에 ‘웃음’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인텔이 14나노++ 미세공정을 활용한 ‘8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커피레이크)’를 내놓으면서 PC 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IDC, 가트너 등 시장조사업체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 세계 PC 시장의 규모 축소가 주춤하고 대신 수익성 위주의 라인업으로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PC 출하량은 757만9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7%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간으로는 2억5950만대로 마찬가지로 0.2% 늘었다. 분기와 연간으로 출하량이 늘어난 것은 2011년 이후로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 그리고 성장 정체 시기와 맞물린다.

이런 와중에 PC 출하량 감소가 멈추고 수익성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미세공정 한계돌파의 어려움 속에서도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계속해서 개선됐기 때문이다. CPU의 발전은 게임이나 동영상 편집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와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최근의 시장 트렌드에 맥이 같다.

인텔이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같은 그래픽카드를 장착하고 직전 세대(7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비교했을 때, 게임 플레이시 최대 41% 증가한 초당프레임, UHD 비디오 편집 시 작업 시간을 최대 59% 단축할 수 있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미세공정 하나만 가지고 CPU의 성능을 따질 수 없는 근거다.

인텔이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음과 동시에 삼성전자, 에이수스, MSI 등이 연달아 게이밍 노트북을 내놓은 것도 그만큼 이 시장의 성장동력이 CPU에 집중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그 누구보다 성능에 민감한 소비자인만큼 고성능 CPU로 차별화를 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CPU 하나만으로 전체 게이밍 PC의 성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텔은 CPU뿐 아니라 이머징 메모리를 통해 전체 시스템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전체 PC 성능 향상에 방점=게이밍&엔터테인먼트 노트북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버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텔이 내민 제품은 ‘옵테인’으로 ‘3D 크로스(X) 포인트’라고 알려진 일종의 P램이다. ‘존 폰 노이만’ 구조를 가진 현대 컴퓨터는 CPU를 중심으로 각 부품의 속도가 일정한 수준까지 올라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이른바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다.

옵테인은 CPU와 메모리, 그리고 메모리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같은 보조저장장치 사이의 속도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이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옵테인 메모리가 조합되면 게임 실행 속도는 최대 4.7배, 미디어 실행 속도는 1.7배 빨라진다.

특히, 비휘발성이면서 낸드플래시보다는 성능이 높기 때문에 ‘버퍼’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용량을 조금 더 키워서 서버와 같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초기에 두드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 SSD 기반의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대체한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시스템 성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옵테인이 PC 영역까지 내려왔다는 것은 인텔이 이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CPU를 중심으로 다른 영역으로의 끌어안으면서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는 오랫동안 PC 레퍼런스 플랫폼을 각 업체에 제공해온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인텔은 10나노 미세공정의 본격적인 전환은 내년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1분기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올해 나오는 코드명 위스키레이크와 캐스케이드레이크는 14나노++ 기술을 활용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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