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창립 50주년…‘비욘드 실리콘’을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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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인텔이 기념행사로 1500대의 드론쇼를 펼칠 계획이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운 1218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1년도 되지 않아 기네스북 신기록을 다시 쓰는 셈이다.
더불어 인텔은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 가속화, 인지 플랫폼을 통한 제조업과 항공우주산업 공략, 양자컴퓨팅용 중앙처리장치(CPU) 공개 등 전통적인 성장 기반이었던 실리콘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입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인텔을 이끌어온 원동력은 창업자 고든 무어의 ‘무어의 법칙’이다. 누구나 컴퓨터를 만질 수 있도록 만든 이 위대한 이론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무어의 이론은 직‧간접적 영향을 모두 포함해 최소 3조달러(약 3000조원)에서 최대 11조달러(11경원)에 이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새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무어의 법칙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웨이퍼 제조 원가를 트랜지스터의 수로 환산한 CPT(Cost Per Transistor) 유지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비용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의 기준은 CPT가 86%까지 올라갔을 경우인데 앞으로 7나노 공정까지는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이런 점에서 창립 50주년을 맞아 인텔의 보이는 행보는 실리콘 다음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드명 ‘트랭글레이크’라 부르는 양자 칩만 해도 그렇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 이론을 두고 있는데,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라는 결정론의 고전물리학과 달리 관측에 의한 확률론이 핵심이다.
◆성장의 선순환, 핵심은 ‘프로세싱’=양자는 물질을 이루고 있는 분자나 원자보다도 더 작다. 이렇게 작디작은 미시세계(微視世界)에서는 고전물리학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이 대규모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어 유리하다. 2개의 비트로 ‘00’, ‘01’, ‘10’, ‘11’을 일일이 표현해야 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모든 데이터가 동시에 존재하므로 한 번에 계산할 수 있다. 더구나 미세공정에 걸림돌이 되는 발열, 재료, 누설전류(터널링 현상) 등도 해결할 수 있다.
1024개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1024개의 CPU를 마련하는 대신 10비트짜리 양자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된다.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실리콘으로 사업을 유지하던 인텔이 양자컴퓨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데이터 폭증 시대의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는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싱’ 그 자체에 있어서다. 이는 인텔이 반세기 동안 가장 잘해왔던 분야 가운데 하나다.
수년 동안 추진해온 사물인터넷(IoT) 전략이 이를 뒷받침한다. IoT 시대는 이제껏 경험하기 힘들었던 이해관계의 충돌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인프라스트럭처, 서비스, 디바이스 등 분야별로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견고한 프로세싱을 구축하기 위해 PC 중심 기업에서 탈피해 클라우드 및 수십억 개의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성능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전환, ‘성장의 선순환’ 구조로 떠받치고 있다.
최근 인텔의 움직임은 단순히 반도체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 그 자체를 탐구하는 영역에 더 가깝다. 20세기 황금이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데이터가 그 자리를 꿰찰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오는 7월 18일(현지시간) 창립 50주년을 통해 인텔이 어떤 메시지를 발표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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