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해설] SK플래닛 11번가 분사… '독립이냐, 방출이냐'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의 분사가 확정됐다. 지난 2016년 인수 3년 만에 다시 분리됐다. 업종 전문화를 통한 성장 견인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는 시장 변화가 빠르다. 대기업이 운영하기에 의사결정 속도나 유연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있다. 분사는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다.

19일 SK플래닛(대표 이인찬)은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통한 11번가 신설법인의 설립 ▲마케팅 플랫폼 사업부문과 SK테크엑스와의 합병 등 두 가지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분할 및 합병을 통한 신설법인의 출범은 9월 1일로 예정돼 있다. 11번가는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에, SK플래닛은 판교 사옥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SK플래닛 관계자는 “11번가는 이미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독립 이후 커머스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 신설법인에는 사모펀드(PEF) H&Q코리아가 5000억원을 투자한다. 신설법인 지분율은 SK텔레콤과 우리사주 81.8% H&Q코리아 18.2%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11번가 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 수준이다.

우선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는다.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측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25조2040억원이었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91조원, 올해 100조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독보적인 1위가 아직 없다. 온라인 비즈니스 특성 상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처럼 ‘승자독식’이 예상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 모두 적자 지속에도 최저가 경쟁, 프로모션 및 마케팅 비용을 쏟았다. 여기에 유통공룡 신세계와 롯데 그룹이 각각 1조원, 3조원을 들고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한다고 밝혔다. 실탄 확보가 생존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아울러 투자유치를 통해 그동안 우려를 다소 불식시킨다는 점도 있다. 11번가는 사업 불안정으로 인한 매각설에 시달려왔다. 지난 2015년 58억원 규모였던 SK플래닛의 영업적자는 11번가 흡수합병 이후 365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중 절반이 11번가에서 발생한 손실로 추정됐다.

2016년 중국 민성투자유한공사와 1조3000억원 투자 협상을 벌였으나 무산됐다. 또 지난해 롯데와 신세계 그룹이 이커머스 진출을 위해 지분 인수를 타진했지만 경영권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백지화됐다. 일각에서는 ‘안 파는 게 아니라 매력이 없어 못 파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직을 개편하고 새 단장을 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경쟁 체제가 예상된다”며 “분사법인이 ICT적 요소로 새로운 돌파구를 세운다고 하니, 경쟁의 프레임을 바꿔서 혁신 경쟁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쿠폰 물량 싸움이 아닌 기술, 서비스 경쟁을 기대한다는 얘기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매각을 바라보고 과도한 헐값에 지분을 넘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11번가 기업가치가 2조원대로 예상보다 너무 낮은 탓이다.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던 쿠팡은 당시 5조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았다. 투자 유치 직전년도 쿠팡의 매출액은 3485억원 수준이었다.

11번가의 지난해 거래액은 9조원, 같은 기간 쿠팡 거래액은 4~5조원으로 알려졌다. 11번가가 쿠팡의 2배 수준이다. 매출은 쿠팡이 약 2조6000억원, SK플래닛이 약 1조원이다. 쿠팡이 크게 앞서지만 단순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쿠팡은 직매입 비중이 90%를 차지해 오픈마켓과 셈법이 다르다. SK플래닛은 11번가 부문 매출만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외부 투자자가 들어오면서 실적개선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올해 연말부터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게 되면 베일에 싸여 있던 진짜 성적표가 공개된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SK플래닛의 직원수는 1891명, 이 중 11번가 부문은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 14조원, 매출액 1조원 수준의 이베이코리아(1003명)과 직접 비교가 더 두드러지게 된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이형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