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동남아 IT시장 쉽게 봤다간 큰 낭패”…디리아, 꼼꼼한 글로벌 IT시장 도전 전략

박기록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6월30일자로 발간한 <2018년판 디지털금유 혁신과 도전>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 발췌한 것으로, 편집사정상 원문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 - (주)디리아 배현기 대표

- “지급결제시스템분야 한국이 글로벌 톱, 전망 밝아”
- “해외시장, 비용절감해야 성공”…패키지 표준화로 비용구조 낮춰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동남아에서 'IT 한류'는 분명 실체가 있는 현상이다. 특히 금융IT분야에서 그 열기가 높다.

한 때 현대정보기술 등 국내 IT서비스업체가 베트남, 파키스탄 중앙은행 등 기간 금융망 구축을 수행하고, 국내 증권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 대한 동남아 각국의 러브콜이 적지않았다. 그동안 동남아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현지의 ‘금융 현대화’ 사업은 중장기 국책과제로써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국가별로 다르지만 여러 형태의 금융IT 사업이 발주되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 뿐만 아니라 현지의 개별 은행들도 금융현대화와 맞물려 지급결제시스템의 개선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범위를 좀 더 넓혀보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한국과 같은 중앙집중형 금융정보망 체계를 선호하고 있다.

‘중앙집중형 금융정보망’이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여러 은행들이 지급결제망을 통해 교차 연결되는 구조를 말한다. 금융 통제와 통합관리가 쉽고, 소비자들의 서비스 편리성이 뛰어나며 금융(자본)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도 장점을 가진다.

“한국의 금융 IT 수준은 세계 톱 클래스입니다. 지난 20년간 국내 금융권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절대 과소평가되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죠.”

국내 금융권의 채널 및 지급결제솔루션 분야의 대표업체인 디리아의 배현기 대표(사진)의 말이다.

배현기 대표는 금융결제원 등 국내에서 풍부한 금융시스템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과 함께 동남아 금융IT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고, 현지 금융회사들로부터 앞으로가 기대되는 좋은 시그널도 받았다.

특히 디리아의 주력인 채널및 대외계 시스템솔루션은 지급결제시스템 구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보니 동남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배 대표는 “국내 금융IT 시장은 사실상 포화상태라고 보기때문에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로를 뚫는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활로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결코 대충해서 정복될 시장이 아니다”면서 “높은 기술력, 정교한 전략, 좋은 인재를 확보하지못하면 사업 수주를 하더라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이 때문에 실제로는 실패한 업체들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동남아 시장을 교두보로 글로벌로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이상적인 성장 로드맵이다. 하지만 다소 만만하게봤던 동남아에서 고전하는 국내 IT업체들이 그동안 적지않았다는 것은 좀 의외다.

첫 단추가 잘못꿰지면 그 다음 단계는 열리지 않는다. 때문에 디리아도 동남아 금융 IT시장 공략을 매우 정교하게 세팅하고 있다. 디리아는 해외시장 진출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디리아는 베트남 우리은행이 발주한 펌뱅킹시스템 구축사업을 지난 2017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우리은행은 베트남에 독립법인을 설립하고 독자적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지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펌뱅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그 동안 펌뱅킹을 비롯한 업무시스템은 SI(시스템통합)형태로 구축됐으나 이 프로젝트는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독자 개발한 펌뱅킹 솔루션을 적용해서 의미가 깊다. 특히 솔루션을 패키지 형태로 표준화했다. 가급적 SI 개발에 필요한 공수를 줄이기위한 차원에서 시도된 것이다. 이렇게하면 원거리 개발이 필요한 해외사업에 유리하다. 또한 컴포넌트 형태로 개발돼 현지에서도 유지보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디리아는 현재 캄보디아 국가지급결제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KOICA에서 캄보디아에 지급결제시스템 인프라를 제공하는 원조사업이다. 실시간 계좌이체시스템 개발, ATM 공동망 개발, POS 공동망 개발 등이 주요 과제다. 이 사업에서 디리아는 금융결제원, 모빌씨앤씨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디리아는 베트남에서 공동망 업무중 하나에 대해 시스템구축 참여 제안을 받았으며 현재 검토하고 있다. 또 태국 온라인 쇼핑몰의 지급결제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비즈니스 요구가 있고 이를 위해 개발된 지급결제 컴포넌트들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기획 단계에 있다.

디리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GCS(Global Creative Software)사업에 선정돼 해외진출을 목표로 기술 및 제품 개발 중이다. 이 사업은 2017년4월부터 시작됐으며 2019년3월까지 2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그 중 펌뱅킹 솔루션(CruzFirm)은 이미 가시적인 매출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급결제 청산솔루션, 지급결제 프레임워크 등이다.

다음은 배현기 대표와의 일문일답.

Q :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의 분위기는? 디리아가 거둔 성과는?
A : 전반적으로 이 지역에선 꾸준하게 사업이 나오고 있다.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이미 동남아에도 글로벌 IT업체들이 많이 진출해있다. 스웨덴업체도 있고 미국 업체도 있다. 다만 우리와 비교하자면 글로벌 IT업체들은 주로 패키지를 공급하고, 영업과 마케팅은 대부분 현지 파트너들이 전담하는 구조다. 현지 파트너들이 인건비가 싸다. 그렇지 않으면 가격을 못맞춘다. 그래서 글로벌 IT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오히려 국내 업체들보다 유연하게 가져간다.

그러나 그돌은 패키지 중심의 전략이기때문에 솔루션 자체의 유연성은 떨어진다. 현지 진출한 국내 IT업체들은 주로 패키지 보다는 시스템통합(SI) 비중이 좀 더 높은 편이다. 당장은 프로젝트를 싸게 수주하더라도 이후 국내에서 조달하는 개발 및 유지보수 인력 등 운영측면에서 가격경쟁력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이 시장에서 우리가 직접 프로젝트 입찰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사업에 참가하는 IT업체들과 얘기해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위치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보고 있다.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 아니면 컨설팅만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까지는 매출보다는 다양한 레퍼런스 확보에 주력할 생각이다. 이와함께 솔루션 업그레이드, 서비스(유지보수)사업까지 생각하고 있다. 이를 사업화를 시키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서비스와 관련한 사업성이 있는 주제들이 보인다. 장기적으로 이 사업에 진출할 생각이다.

베트남에 주력하고 있지만 주변의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이 나라들도 연관성이 크다. 시스템도 서로 비슷하다. 카자흐스탄, 카르키스스탄 등 중앙아시아도 보고 있다. 직접 가보기도 했는데 현지에선 활동하는 한국계 IT회사들이 있다. 사업을 효율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일단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Q : 현지 IT업체들과 파트너십이 왜 중요한가?
A : 동남아 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등에도 현재 한국계가 오너십을 가진 IT회사들이 있다.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선 그런 업체들과 협력이 필요하다. 나 혼자 가서 모든걸 먹겠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황에선 그들과의 협력이 여러면에서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다. 솔루션 공급은 우리가 하고, 현지의 영업과 커뮤니케이션은 현지 파트너사들이 맡는 식이다.

국내 IT 대기업의 동남아 IT시장 진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다. 일단 국내 대기업은 채산성이 안나온다. 기본적으로 국내 인력 단가가 높아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 대기업은 IT품질의 퀄리티가 높겠지만 현지 발주처들이 그 가격을 못맞춘다. 이 때문에 입찰시 국내 대기업은 아예 데리고오지 말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한국에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통해서 IT역량이 많이 늘었지만 어쨌든 그 방식은 비용 때문에 동남아시장에선 적용하지 못한다.

아직도 현지인 직원들 월 인건비가 여전히 20만원~30만원인 수준인 나라가 많다. 우리 나라의 10분의 1이다. 또 국내 금융 차세대시스템과 같은 수백억원대의 사업도 없다. 기껐해야 20~30억원 규모의 사업들이다. 다만 유지보수료는 괜찮다. 국내에선 유지보수료가 6~8%수준이지만 그쪽은 21~25%까지도 받는다. 솔루션에서만 받는것만 아니라 SI(시스템통합)도 받는다. 아마도 유럽, 미국의 영향을 받은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지보수서비스 사업도 국내에서 파견한 인력들로 구성하면 단가를 맞추지 못한다. 이 역시 현지 업체와의 파트너십이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시스템이 잘 돌아가면 유지보수 인력이 상주안해도 된다. 유지보수 시장은 현지 IT업체들에게 매우 메리트가 큰 사업이다. 결론적으로, 유지보수료는 현지 파트너들이 가져가는 시장이라고 보면된다. 글로벌 IT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유지보스서비스 팀을 갖출려면 유지비가 너무 많이드는데, 견딜만한 회사들은 견디지만 이것때문에 부실화되는 회사들도 있고, 또 현지 업체 만들어 놓고 급히 국내 본사 인력은 철수한 회사들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동남아 시장은 쉽지않다. 그나마 현지 한국업체들이 나가있는 곳은 비교적 수월한데 한국업체가 없는 곳은 뚫기 자체도 어렵다. 스웨덴 IT업체의 경우, 자기네 인력은 없이 베트남 현지 인력만으로 움직인다.

Q : 동남아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얘기인데, 디리아의 경우는 어떤가?
A : 현지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외에 현재 디리아는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 재사용율을 높이는데 매우 역점을 두고 있다. 지급결제 영역에서 마치 레고 처럼, 각 단위 단위의 컴포넌트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화를 식키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장점이 많다.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유지보수도 훨씬 쉬워진다.

또한 모듈화를 통해 솔루션을 시스템화하면 기존의 엔지니어들이 급작스럽게 빠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매뉴얼대로 대응이 가능하다. 사람의 의한시스템 운영이 아니라 시스템화된 운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현재 이와관련해 내부적으로 소프트웨어 재사용율 높이기위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Q : 동남아시아의 금융IT 수요는 주로 어디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나?
A : 금융IT 인프라 확산 관점에서 봐야할 것으로 본다. 동시에 핀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보는 인식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핀테크를 금융기관이 주도하느냐 아니면 금융기관과 관계없는 유통업체, 통신사 등 IT업체가 금융서비스를 주도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국내에서 의미하는 핀테크는 주로 금융회사보다는 IT회사등이 핀테크서비스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금융결제 인프라가 빈약한 아프리카 에서 휴대폰만 있으면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핀테크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동남아에서는 핀테크 관점이 아니라 금융IT인프라 확대 측면에서 사업이 발주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즉, 핀테크 사업 발주자가 주로 금융회사다. 동남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중앙정부가 금융시스템을 통제하는 국가다. 금융시스템을 파악하기쉽고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따라소 이 지역에선 중구난방으로 개별화된 핀테크 관점에서의 사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Q : 한국의 금융IT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A :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의 금융IT는 세계 탑 수준이다. 다만 현지에서 이를 자유자재로 사업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내수용으로만 IT를 개발했지 이것을 해외에 이식하거나하는 상품화하는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전에 확보해야할 편의성, 개방성, 유연성 등에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동남아 시장은 우리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단독으로 가지말고 조직적으로가서 공략해야 한다. 자칫 잘못 접근하면 고생은 고생대로하고 수익은 못내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협업이 중요하다.

만약 10년전부터 우리 나라 IT업계가 체계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왔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금융IT 한류가 동남아에 불었을때부터 국가적으로 차근 차근 대응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다.

국내에서 핀테크를 육성할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IT를 수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성공한 검증된 국내 SW, SI기술들을 정부가 지원해줘야한다.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국가가 정부, 코트라(KOTRA)이런데서 보증해주면 훨씬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정부조직의 역할,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그렇고, 좋다.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는데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한국에서 한다.

Q :현재 디리아가 신사업으로 생각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A : 우리가 강점을 가진 지급결제시스템 분야가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지급결제시스템 모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다. 당연히 우리도 고민해야할 문제이고 실제로 프레임웍 개발을 진행하면서 블록체인 게이트웨이를 만들고 있다. 정부로부터 연구과제자금도 신청했다.

다만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상화폐거래소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가상화폐거래소를 오픈할 계획이고 블록체인 기반의 지급결제솔루션 만드는 것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이게 잘되면 동남아에 ASP 형태로 공급할 계획이다.

Q: 인공지능(AI)기반, 채널솔루션 고도화에 대한 관심이 큰데, 어떤가?
A: 디리아는 머신러닝으로 채널 로그데이터를 실시간 자동 분석하고, 이를 통해 사전에 장애를 예측하는 기능을 가진 채널솔루션(딥 채널, Deep Chennel)을 지난해 공개했다. 복잡해진 기업의 단말 환경과 대외계 시스템으로 인해 기존 채널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한 금융권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딥채널’은 기존 디리아의 주력 채널통합 연계솔루션인 ‘크루즈링크(CruzLink)’와 결합했다. 기존 디리아의 채널솔루션을 사용하지않고 있는 기업이라도 ‘딥채널’만 별도로 원할 경우, 기존 솔루션과 결합할 수 있도록 했다. ‘크루즈링크’는 MCI, EAI,FEP 등 핵심 업무를 공통기반의 연계된 아키텍처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7년간 제1금융권 차세대 채녈 연계시스템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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