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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18] “시간끈다” 경고에도 구글 ‘통역거쳐 모르쇠 답변’

이대호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 존 리 대표, 영어 답변 이후 통역…원론적 입장 나열하다 결국엔 ‘모른다’
- 노웅래 과방위원장, ‘집에선 한국말로 잘한다던데’ 지적하자 국감장서 웃음 터지기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이 또 다시 국정감사장에 한숨을 불러왔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증인 출석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의원 질의 시작 전에 “(존 리 대표가) 정모 의원과 식사하면서 우리말로 대화도 한 걸로 아는데 굳이 통역을 쓰는 것은 국감 시간을 방해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며 “고발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엄중 경고했다.

존 리 대표의 경우 의원 질의에 길게 답변하는 편이다. 영어로 답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의미 없는 답변을 중간에 끊고 다음 질의로 넘어가기에도 애매하다. 한참 답변을 들은 뒤 통역이 이뤄져야 다음 질의가 이어질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의원 질의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 때문에 종합감사에선 과방위원장이 시작부터 경고했으나 이렇다 할 상황 개선은 없었다.

이날도 존 리 대표가 상당 시간을 할애해 영어로 답변했지만 통역해놓고 보면 ‘원론적 입장’만을 얘기한 것으로 결국엔 ‘모른다’로 귀결됐다.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통신기지국이 주고받는 정보인 ‘셀(cell) 아이디’ 코드를 구글이 이용자 동의 없이 수집한 것과 관련해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하자 존 리 대표는 “존경하는 위원님”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곧이어 그는 “관련 문제는 조사와 토의가 진행 중이다. 여러 조사에 성실히 협력 중이다. 관련 조사가 있을 때 성실히 임했다”고 답했다.

이어서 이 의원이 국내 이용자의 정보가 몇 건이나 전송됐냐고 묻자 존 리 대표는 또 다시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말한 뒤 “요청한 정보에 대해선 구글코리아 측에서 답변을 드렸다. 셀 아이디는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 저장하거나 활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의원은 “묻는 질문에 답하시라”며 “제출하지 않았다는 얘기인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존 리 대표는 “셀 아이디 관련 문제는 본사 측과 논의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쪽 여러 질문과 정보 요청에 대해 (본사에) 질문을 드렸다. 이 사안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어떤 데이터가 공유됐고 공유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소득 없는 긴 답변이 이어지자 이 의원은 “실례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모르면 모르다고 하세요”라고 질책했다.

또 카카오게임이 구글플레이에서 정상 검색되지 않고 키워드 광고도 강제 취소된 사례가 있음을 언급하면서 구글플레이 갑질이 아니냐는 질의에 존 리 대표는 “구글플레이스토어 플랫폼은 최상의 경험을 위해 설계됐다”며 “유저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여러 요구사항이 준수되고 있는지 최적의 환경에서 자신들의 상품개발을 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카카오게임 삭제 건은 구체적인 사안은 모르지만,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됐다면 외부 규정이라든가 규정을 위반한 케이스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용기 의원은 구글 유튜브에서 고성국TV가 삭제됐던 사례를 질문하면서 “짧게 답변해달라”고 거듭 말했다. 존 리 대표는 “저희는 비디오 영상물 삭제에 대해서 원칙에 입각해서 삭제한다. 하루에도 수십만건이 삭제된다. 이번 사례는 실수에 의해서 나타난 것 같고 이의제기를 받고 즉각 복구했다”고 답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존 리 대표의 답변 태도에 변화가 없자 “집에서는 한국말로 잘한다던데…”, “한국분이랑 사시면서 어떻게 저렇게 하시는지”라며 한숨을 쉬자 국감장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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