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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만병통치약일까…“실제해보니 AI와 사람, 역할 다르더라” 공감

박기록
<사진> 2018년11월8일. '데이터 기반 엔터프라이즈 혁신 전략 ' 컨퍼런스 행사 장면.
<사진> 2018년11월8일. '데이터 기반 엔터프라이즈 혁신 전략 ' 컨퍼런스 행사 장면.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하늘의 벌을 받아 천사의 지위에서 쫓겨나 지상에 떨어진 천사 미카엘. 구두방의 점원으로 일하던 그는 어느날 귀족이 장화를 만들라며 던져놓고간 고급 가죽 뭉치를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그는 엉뚱하게도 장화 대신 슬리퍼를 만든다. 귀족이 곧 죽게될 것을 알았기때문이다. 실제로 얼마후, 그 귀족의 하인이 달려와 부음을 전하면서 장화는 필요없으니 장례식에 사용할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이를 통해 미카엘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 내려가서 깨달아야 할 세가지 중 하나를 알게된다. 즉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아는 것, 그것은 인간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내용중 일부다.

인공지능(AI)이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업들은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AI기반으로 전환하려한다. AI기반의 시스템이 기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생산성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그러한 믿음은 거의 절대적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 통신, 유통 등 주요 업종이 내걸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의 선봉에 서 있는 키워드는 단연 AI다.

그러나 AI에 대한 기업의 그러한 믿음은 과연 정확한 것인가. 과연 AI는 만병통치약일까.

하지만 지금까지 실행에 옮겨진 기업들의 AI 도입 사례를 보면, 아직은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컴퓨터가 만능이 아니듯 AI에 대한 환상도 현실에선 조금씩 무너진다.

AI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오히려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실제 AI 적용 사례를 통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특히 그동안 AI에 눌려 '약자'로 밀려났던 사람(인간) 고유의 역할에 가치를 부여해야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할 대목이다.

지난 8일, 디지털데일리 주최로 ‘데이터 기반 엔터프라이즈 혁신 전략’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한화시스템 정해진 부장(ICT부문 디지털혁신팀)은 한화그룹 계열사에 적용한 AI 사례를 솔직하게 공개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물론 한화 그룹의 사례만으로 모든 AI의 도입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 없겠지만, 실제 SI(시스템통합)를 통해 AI 기반 시스템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겪은 실무자의 얘기라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경험해 보니 정말로 기계의 역할과 사람이 잘하는 역할이 각각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AI의 역할이 대단한 것 같지만 오히려 사람이 AI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계(AI)가 잘하는 것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 ‘많은 양의 자료를 읽고 학습하기’, ‘쉬지않고 일하기’ 등이다. 반면 사람이 잘하는 것은 ‘사진을 보고 개와 고양이를 판단하는 것’, ‘아는지 모르는지를 바로 아는 것’,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 등이다.

아직 인간에게만 기대할 수 있는 고유의 능력, 즉 바꿔 말하면 아직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하여 한화시스템은 한화그룹 보험 계열사가 발주한 AI기반의 보험심사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보험사는 업무표준화와 자동화를 통한 심사 프로세스를 구축했고, 심사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또 외부 심사 축소를 통한 심사비용 절감효과도 거뒀다.

AI 솔루션을 이용해 간단하게 끝난 것 같지만 실제로 이 과정에서 한화시스템은 보험전문가와 IT인력이 참여했으며, 무수한 반복작업을 통해 마침내 원하던 AI 모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먼저 보험 및 IT관련 실무자들이 데이터를 세팅하고 정형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비즈니스상의 유의미한 데이터(전체 100개 테이블)를 분석한뒤, 러닝 데이터 셋트(60개 테이블, 2000 컬럼), 그리고 모델용 피쳐(정형 350컬럼, 비정형 30컬럼)를 도출했다. 이어 AI 적용을 위한 정형, 비정형 피쳐링을 완성했다.

한화시스템은 이와함께 여러 버전의 학습 모델을 만들어 분석, 검증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모델에 반영, 재학습하는 과정을 거쳐 최적을 모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즉 보험심사에 필요한 정형, 비정형 데이터를 대상으로한 ‘무수한 반복, 검증’ 작업이 AI기반 보험심사 시스템의 요체라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한화그룹 계열사의 AI구축 사례에서보면, AI 시스템을 구현하기앞서 직관적 통찰 능력을 가진 사람에 의한 SI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점차 AI가 인간의 고유 능력 범위까지 침범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AI를 통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시도는 영원히 허락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AI가 인간을 흉내낼 수 있겠지만 본질까지는 침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결국 AI와 인간의 장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융합하려는 겸허한 자세가 현실적이다.

한편으론, AI 기능을 훌륭하게 시스템에 구현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의 능력'에 좌우된다.

정 부장은 기업이 AI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위해서는 알고리즘과 모델을 다룰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산업을 잘 이해하는 컨설팅 능력, 데이터를 처리하고 잘 다르는 인력도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그에 따르면, 무엇보다 고객 니즈의 분석하는 등의 비즈니스의 이해,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컨설팅 능력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며, 또 데이터 아키텍처 분석과 학습 데이터 셋을 추출할 수 있는 데이터 엔지니어도 필수적이다.

이와함께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선택 등의 역할을 수행할 데이터 애널리스트(Analyst)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물론 이것도 사람의 영역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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