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임중도원(任重道遠)

윤상호
- 등에 진 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유권자도 소비자도 신뢰 필요한 시점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해마다 교수신문은 연말이면 한 해를 상징한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설문을 한다. 올해는 878명이 참여 341명이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했다. ‘등에 진 짐은 무겁고 길은 멀다’는 뜻이다. 큰 일을 맡아 책임이 무거움을 일컫는다. 논어 태백편에 실린 말이다. 2위는 210명이 ‘밀운불우(密雲不雨)’를 꼽았다. ‘구름만 가득 끼어 있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뜻. 희망만 있고 구체적 열매가 없는 상황을 비유한 말이다.

임중도원 밀운불우 모두 선정 이유는 현 정부에 대한 아쉬움이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지만 반대가 많고 성과는 과소평가한다. 장및빗 기대에 비해 손에 잡히는 과실은 없다. 경제도 정치와 다르지 않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12월1일 5세대(5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5G는 통신이 본격적으로 전기 가스 수도처럼 사회경제 기반시설이 되는 첫 걸음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다른 산업과 융합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 물론 이를 현실로 만들려면 통신사가 5G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11월24일 발생한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는 사회경제 기반시설이 된 통신의 그림자를 보여줬다. 1개 통신사 D급 통신시설 통신구 80미터가 불탔다. 서울 4분의 1과 경기 일부 통신 및 경제활동이 마비됐다. D급 통신시설도 이중화를 의무화하고 정부가 감독하기로 했다. 통신구 화재감시 및 진압시설도 필수화한다. 이 역시 통신사의 몫이다.

하지만 5G시대 통신사는 어떤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요금을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도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정부와 시민단체 요구가 만만치 않다. 4세대(4G) 이동통신은 통신사를 생태계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어냈다. 구글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넷플릭스 등 다양한 OTT(Over The Top) 업체가 각각 생태계 맹주로 부상했다. 수익과 비용을 따진다면 통신사는 굳이 5G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올해의 사자성어 3위는 ‘공재불사(功在不舍)’다. ‘성공은 그만두지 않음에 있다’는 의미다. 개혁에 우리나라 정치의 미래가 있다면 5G에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가 있다. 지금은 유권자도 소비자도 흔들기보다 그만두지 않도록 믿음을 실어줄 때다. 앞은 명확치 않지만 정치도 경제도 가야할 길은 정해져 있다.

<윤상호 기사>crow@ddaily.co.kr
윤상호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