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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사망 택시기사 녹취록… “카카오가 착취, 정부 원망스러워”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택시업계의 ‘카카오카풀’ 반대 여론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두 번째 택시기사 분신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평소 카풀 도입에 강하게 반대한 기사라는 주변 기사들의 증언이 나왔다. 이 기사가 분신 전 미리 남긴 녹음 파일에는 통해 정부와 카카오에 대한 원망이 남겨져 있었다.

10일 택시 4단체로 구성된 카풀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천막농성장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날 오전 숨진 개인택시 기사 엄 씨의 음성이 담긴 음성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택시기사 엄 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경 서울 광화문 자신의 택시 안에서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다. 곧장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인 10일 오전 5시50분 경 끝내 사망했다.

이날 택시단체가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국민들하고 소통한다는 게 웬일이냐. 소상공인 자영업자 다 죽이고 경제는 다 망그러지고. 60대 주축으로 이뤄진 택시기사들은 또 어디로 가란 말이냐. 우리 죽고 나면 대리기사들마저 죽을 것이다. 당신들의 돈줄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카오톡이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녹음 파일은 “택시와 상생하자는 카카오톡, 지금 와서는 콜비도 받아 챙기고 대리기사 수수료 20% 착취한다. 문재인 정부는 알고 있는가? 비정규직 문제 말만 앞세우고 국민들과 대화하기도 힘든 건지”까지 공개됐다. 택시단체는 이 녹음 파일이 분신 직전 엄 기사에 의해 비대위로 보내진 것이라고 밝혔다.

엄 기사의 유서로 추정되는 친필 문서도 함께 공개됐다. 카풀에 반대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택시단체는 이 문서가 엄 기사의 유가족에게서 전달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문서에는 두서없는 내용이 이어졌으나 ‘카풀 입법 취지는 고유가 시대에 유류 사용을 줄이기 위한 것’ ‘카풀이 변질되어 공유경제니 4차산업혁명이라며 내몰린 택시업계 50, 60, 70대’ ‘택시업게에 상생하자며 시작된 카카오앰’ 등의 내용이 있었다. 메모 하단에는 ‘신재민’ 김태우‘ 등 정치 관련 인사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택시 4단체는 카풀 도입 반대를 위해 ‘결사항전’할 방침이다. 이들은 성명서 발표를 통해 “더 이상 사태의 해결을 정부와 여당에 맡길 수 없다”며 “대통령에게 우리 요구를 전달하고자 면담을 요청하니, 빠른 시일 내에 면담에 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국회는 즉각 국토교통위원회를 소집하고, 불법 카풀 영업의 빌미가 되고 있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 1항 제1호를 즉각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광화문과 청와대를 향해 총집결하는 제4차 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개최할 것을 선언한다”고 예고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마친 택시4단체는 택시 10여대를 앞세워 청와대로 향했다. 택시 관계자는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을 만나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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