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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韓, 미국산에 연 953억원 보복관세”…美 세탁기 세이프가드 접을까

윤상호
- 한국 정부, 관세 대신 협상카드 활용 유력…삼성·LG, 작년 미국 현지 생산체제 가동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올릴 수 있을까.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에 부과한 관세가 잘못됏다며 한국에 미국산 수입품에 매년 약 953억원의 관세를 물릴 수 있는 권한을 줬다.

8일(현지시각) WTO는 한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연간 8481만달러(약 953억원)의 양허정지를 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양허정지는 관세를 올리거나 부과할 수 있는 권리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8년 1월 WTO에 미국산 제품에 대한 양허정지를 신청했다. 총 7억1100만달러(약 7992억원)를 요구했다. WTO는 이중 11.9%를 인정했다.

이 양허정지 발단은 미국이 2018년 1월 발효한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에 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다. 한국 정부와 양사의 반발에도 불구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미국외 생산 제품과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2년 미국 상무부가 내린 삼성전자 LG전자 세탁기 반덤핑관세 문제로 대응했다. WTO는 2016년 이 일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미국은 아무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단 양허정지는 우리 손에 언제든 쓸 수 있는 카드를 하나 쥐게 됐다는 의의가 있다.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엮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카드를 쓰지 않고 미국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유도하는 일이 우선이다. 미국 정부는 세이프가드로 이미 이득을 취했다. 철회해도 손해가 없다.

한국과 미국의 무역은 세탁기만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한국 업체 제품 수입국이다. 외교적 현안도 산적해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작년 미국 세탁기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양사 역시 미국에 세탁기만 팔고 있지 않다. 미국 소비자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좋을 일이 없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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