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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시장 영원한 적과 동지는 없다…실리가 최우선 가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시장이 대혼란기에 접어들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었고, 한쪽에서는 적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동반자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이 중심이 된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통신사의 케이블TV 인수에 대해 강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인수합병(M&A) 추진 움직임에 '통신재벌 3사 독과점'으로 규정했다.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합병을 추진했을때에도 지상파 방송사들은 합병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방송시장에서의 지상파 영향력 약화로 보인다.

당시에는 KT와 LG유플러스도 인수합병을 강하게 반대했다. '나쁜 인수합병'으로 규정하고 포기를 종용했다.

하지만 지금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서로의 인수, 합병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반대와 강한 조건부과 주장은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일하게 M&A 발표가 없는 KT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이 될 경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 M&A를 추진해야 할 때를 생각한다면 강한 반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

2년여전 유료방송 M&A에 대해 다양성·공공성과 방송산업 활성화로 반목했던 통신사들이지만 지금은 방송산업 활성화로 헤쳐모이는 모습이다.

방송시장에서 통신3사가 힘을 모은 경우는 또 있다. 최근 통신3사와 포털2사 연합은 KBO리그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지상파 방송사들과 재송신협상, 스포츠 이벤트 재판매 등으로 곤욕을 치뤄왔다. 올림픽,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재판매는 막판에 가서야 타결이 됐다. 통신사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지나치게 가격을 올린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모바일 IPTV에는 지상파 방송도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와 협상에서 곤욕을 치룬 통신사들은 아예 콘텐츠 확보전에 뛰어들었고 결국 뉴미디어 중계권을 따냈다.

그렇다고 지상파와 통신사 관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올해 초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각자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푹'과 '옥수수'를 통합하기로 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참여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경쟁사들의 참여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지상파와 통신사간 전면적 협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통신사 IPTV와 앙숙관계였던 케이블TV는 그동안의 철학을 전면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햐려 했던 합산규제 스터디를 전격 취소한 바 있다. 한 회원사의 강한 반대가 원인이 됐다. 합산규제의 경우 그동안 업계의 입장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였지만 지금은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협회 주요 회원사들이 통신사와 M&A 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IPTV와 대립이 아닌 공동의 번영으로 노선이 바뀌어가고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군도 없는 실리가 방송시장의 최우선의 가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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