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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2시간 빠른 세계최초…한국, 4월3일 밤 11시 5G 기습 상용화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 4월3일 오후 5시경 동향보고가 접수된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5G 상용화 시점을 11일에서 4일로 앞당긴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긴급 전달됐다.

#. 4월3일 오후 8시경 과기정통부와 통신3사 등은 긴급히 의견을 교환, 세계최초 타이틀을 미국에 뺏길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 시간 3일을 넘기지 않고, 5G 개통을 진행키로 한 것이다.

#. 4월3일 오후 11시, 5G 개통과 상용화가 이뤄졌다. 통신3사는 미리 정해놓은 1호 가입자 대상으로만 삼성전자 첫 5G 스마트폰 ‘갤럭시S10 5G’ 개통을 했다. 일반 고객의 경우, 정해진 일정대로 5일부터 5G 개통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 4월4일 새벽 1시경(한국시간) 미국 버라이즌은 예정보다 한 주 앞서 미니애폴리스와 시카고 지역에서 5G 모듈이 장착된 모토Z3을 통해 최고 1Gbps 속도의 세계 첫 5G를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5G 세계최초 타이틀 지켰지만…=한밤중 기습 개통을 통해, 한국은 5G 세계최초 타이틀을 미국에 뺏기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최초만을 위한 5G 졸속 상용화라는 비난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동향이 접수된 이후 미국 버라이즌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통신장비‧제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으나,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버라이즌이 세계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한국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경쟁사라는 점을 감안해,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5G 스마트폰 상용화 준비가 완료됐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 목표를 확실히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통신3사‧제조사가 협의해 4월3일 밤 11시부터 5G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점이다. 통신사는 오는 5일을 목표로 5G 상용화 행사와 개통 준비를 해 왔다. 갑작스러운 의사결정에 일단 약 7명에게 4월3일 밤 11시 개통을 실시했다. 통신3사가 미리 선정한 1호 가입자들이 그 대상이다.

SK텔레콤은 엑소 멤버 카이, 김연아‧윤성혁 선수, 장기가입고객 등 5인에게 5G 단말을 개통했다. KT는 대구에 거주하는 임직원 배우자, LG유플러스는 크리에이터 김민영씨로 선정했다. 일반 가입자는 오는 5일부터 개통할 수 있으니, 사실상 세계최초 타이틀을 위한 보여주기식 개통에 불과하다.

◆미국과 비교 안 돼, 세계최초 강박증이 부른 촌극=
일각에서는 세계최초 강박증이 부른 촌극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버라이즌 5G 상용화 수준을 한국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버라이즌이 내세운 5G 스마트폰은 ‘모토Z3’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5G’는 5G 전용 모뎀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이지만, 모토Z3는 LTE 단말이다. 여기에 5G 모뎀만 추가해 5G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한,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는 지난 2일 기준 각각 3만4000개, 2만8000여개, 1만1000여개 5G 기지국을 구축하고 무선국 준공신고를 완료했다. 서울뿐 아니라 한국 전역에 5G 상용화를 위해 커버리지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버라이즌은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내 주요 지역에서만 5G 서비스를 지원한다.

한국과 미국 간 5G 수준이 다른데도, 세계최초 타이틀만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무리한 5G 상용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버라이즌 동향보고만으로 정부가 나서 5G 상용화 일정을 바꾼 것은 촌극”이라며 “5G 산업 활성화가 더 중요한데, 세계최초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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