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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 논의 정체 산업편향 시각 탓…명확한 개념정의 선행돼야”

이중한

- 김민호 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

[디지털데일리 이중한기자]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돌입으로 망중립성 논의가 재점화됐지만, 구체적인 해결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 논의는 수년째 답보 상태다.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에 입장이 극명히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 측면에서 저울질하기 전에 명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용현 의원(바른미래당), 체감규제포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주최로 ‘4차산업혁명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2탄’이 열렸다.

이날 김민호 체감규제포럼 공동대표는 망중립성을 헌법적 관점에서 해석하며 경제정책적 검토 대상이 아니라 공공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적 가치 따라 망중립성 법제화 필요=김 대표는 “망중립성을 경제적 관점에서 다루는 게 문제를 어렵게 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통신망이 헌법적 가치에 따른 공공 서비스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망중립성 원칙 자체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원칙이기 때문에 누구도 폐기하거나 완화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망중립 원칙의 예외가 광범위하게 인정되면 업체의 인터넷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허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가권력, 자본권력, 특정 정파, 종교 등이 인위적으로 특정 서비스의 지배력을 높여 여론이 왜곡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망중립성 원칙 위반에 대한 제재를 위해 관련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 망중립성을 명시하는 법 조항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규정을 찾을 수는 있으나 기본 규칙만을 명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망중립성 원칙의 확보 수단이 현재 미비하다”며 “가이드라인 수준이 아닌 ‘고시’ 이상의 형식으로 제정해야 하고, 법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리형 서비스 핵심은 트래픽 전송 품질 보장=최근 망중립성 관련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다.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복수의 독립된 논리적 네트워크로 분할하는 것을 말한다.

5G네트워크 슬라이싱은 자율주행차 등 신규 서비스에 활용될 가능성이 큰 반면 망중립성 침해라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ISP 업계는 망중립성 침해가 아닌 관리형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관리형 서비스를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면 아직 등장하지 않은 5G 신사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등을 관리형 서비스에 포섭하려는 건 논리적 오류라고 주장했다.

그는 “관리형 서비스는 IPTV, 인터넷전화(VoIP)를 염두에 두고 개념이 설정됐다”며 “ISP가 자사 서비스와 결합해 제공한다는 점, 트래픽 관리에 대해 이용자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이 내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에 따라 관리형 서비스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가이드라인에서는 관리형 서비스에 대해 ‘최선형 인터넷 품질이 적정 수준 이하로 저하되지 않아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규정의 핵심이 ‘트래픽 전송 품질 보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관리형 서비스는 최선형 서비스와 별도의 관리기술 등을 통해 트래픽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규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적정 수준에 대해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G 시대에도 지금 4G 수준만 보장되면 괜찮은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며 “20평 아파트에서 5평을 보장했다고, 50평 아파트로 이사해도 5평만 보장하면 된다는 식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중한 기자>leej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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