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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4주년 기획/유료방송시장①] 춘추전국에서 천하삼분 구도로

채수웅

2019년은 유료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이 발생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유료방송 시장은 IPTV 약진, 케이블TV 퇴조 기조가 빨라지고 있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초 CJ헬로 인수를 결정한데 이어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KT 역시 합산규제 등 규제 이슈가 해결되면 딜라이브 등 케이블TV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IPTV와 케이블TV 인수합병 추진에 따른 시장변화와 핵심쟁점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도 통신도 아니다.”

2000년대 후반 IPTV는 세상에 탄생하기 위한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었다. 당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는 IPTV에 대해 방송이 주된 서비스, 통신이 부수적인 서비스라며 이도저도 아닌 정의를 내렸다. 이도저도 아니었던 IPTV는 케이블TV의 위세에 눌린 채 2009년초 실시간 방송을 내보냈다. 그리고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 지난 지금, IPTV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78개 권역에서 수많은 사업자가 경쟁하며 마치 춘추전국시대와 같았던 유료방송 시장은 최근 마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와 같은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통신사들의 IPTV가 등장하기 전 유료방송 시장은 5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차지했다. 5대 강자 중 최고자리를 다투던 CJ헬로와 티브로드는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게 가장 먼저 성을 내주는 신세가 됐다. 수도권 강자 딜라이브도 KT만 바라보고 있다.

탄탄한 가입자, 방송시장에서의 오랜경험, 콘텐츠 등 케이블TV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적지 않았지만 변화에 둔감했다. 지역에서의 부귀영화에 만족했던 것도 패착이었다. 결정적으로 IPTV의 막강한 자금력과 유무선 결합상품 공세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경정으로 무산됐지만 2019년 IPTV의 케이블TV 인수합병 시도는 조건이 문제일 뿐 시도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년전 불허결정을 내린 공정위는 과거 결정이 잘못됐다는 식의 입장을 수차례 피력했다. 2016년 SK텔레콤에 "나쁜 인수합병"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던 KT와 LG유플러스는 이제 인수합병의 주체가 됐다.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IPTV 중심의 재편을 반기는 모습이다. 케이블TV 사업자는 전의를 상실했고 통신사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아직 거취가 불분명한 현대HCN과 CMB 역시 결국에는 IPTV 사업자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들 5대 MSO가 IPTV로 넘어가게 되면 수많은 지역에서 방송사업을 하던 개별SO 역시 소리소문 없이 IPTV 사업자에게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합병 열풍과는 무관하게 당분간 케이블TV 방송 서비스는 수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LG유플러스는 합병이 아닌 인수만 진행한다. 합병을 하더라도 케이블TV 가입자들이 IPTV로 곧바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최소 수년간은 케이블TV 서비스와 IPTV가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78개 지역에서 IPTV, MSO, 개별SO, 위성방송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모습은 과거의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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