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안 터지는 ‘5G 오지’ 한 가득인데…속도 1등이 무슨 의미?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5G 스마트폰을 샀는데, 안 터져요.” “5G 신호를 잡으려고 하니까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LTE로 써요.” “실내에서 5G 언제 되나요?”

5G 상용화 86일째다. 5G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느끼는 품질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5G 기지국은 깔린 곳보다 안 깔린 곳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국망은 현재 진행 중이다. 실내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인빌딩 작업은 이제 시작단계다. 품질 안정화도 완료되지 않았다.

한국은 세계최초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을 쟁취한 대신, ‘베타테스트’라는 리스크를 함께 얻었다. 그도 그럴 것이, LTE는 한국이 세계최초가 아니었다. 한국은 2009년 전세계 최초로 LTE를 상용화한 스웨덴보다 2년 늦게 LTE를 국내에 도입하게 된다. 이에 통신사는 이미 검증된 통신장비를 들여와 빠르게 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5G는 상황이 다르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LTE보다 더디게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5G 품질 안정화 등 모든 과정이 도전이다. 이로 인해 한국 5G 스마트폰 가입자가 세계최초 5G 상용화에 따른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한 통신사 네트워크 담당 임원은 이를 두고 “가치 있는 국민들의 불편함”이라고 표현했다. 단기적으로 5G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불편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국내 통신장비 기업과 부품사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통신사는 최소한 5G가 제대로 터지지도 않고 고가요금제 중심으로 편성된 5G 스마트폰을 기꺼이 수업료를 지불하며 사용하는 이용자를 농락하는 행태는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현재 통신3사는 5G로 파생되는 새로운 융합산업 모델과 미래를 향한 혁신을 주창하면서, ‘속도’ 중심 난타전은 과거를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5G 속도 1등 광고와 마케팅을 쏟아냈고, SK텔레콤과 KT는 이를 정면 반박하며 싸움은 격화됐다. 치졸하고 신뢰할 수 없다는 등 비난이 쏟아냈다. LG유플러스는 다시 공개검증을 하자며 반박에 나섰다. .

이러한 5G 속도 1위 이전투구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그들만의 리그다. 5G 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속도 1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통신사는 서비스 기업이다. 기업은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 고객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 상황을 빨리 타개하고, 의미 있는 불편함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도록 더 큰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 지 고민할 때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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