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유료방송 M&A 토론회…방통위 ‘도발’ 과기정통부 ‘무시’ 공정위 ‘변명’

채수웅
왼쪽부터 송상민 공정위 국장, 김동철 방통위 국장, 이창희 과기정통부 국장.
왼쪽부터 송상민 공정위 국장, 김동철 방통위 국장, 이창희 과기정통부 국장.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정책을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한 번 붙었다. 합산규제 정책방향 등 방송정책을 놓고 진흥, 규제 측면에서 이견을 보였던 두 기관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유료방송 인수합병(M&A)와 관련해서도 미묘한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좀처럼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심사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는데 주력했다.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5일 국회 의원회관서 '바람직한 유료방송 생태계 조성방향: 시장재편 상황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M&A 심사기관인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방통위 국장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세 기관 모두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심사와 관련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 방송정책 일원화를 외치는 방통위는 M&A 심사에서 역할 확대를 주장했고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의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회피했다. 또한 공정위는 3년전 SK텔레콤의 CJ헬로 합병 불허결정에 대한 변명의 기회로 활용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M&A 심사와 관련해 "방송과 통신의 특수성을 반영한 심사의 주심이 정해져야 하며 부심들의 역할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이 지목한 주심은 과기정통부다. 과기정통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공정위와 방통위는 경쟁제한, 방송의 공익성 등에서 부심 역할을 맡아 독단적 심사가 아닌 연계성 있는 심사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동철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M&A가 자본이 우세한 통신사 위주로 재편될 수 밖에 없지만 이 과정에서 방송이 통신의 부상품화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우려 사항들을 방송법에서 방통위가 역할을 하라고 한 것"이라며 사전동의 제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현재 합병의 경우 방통위가 과기정통부에 사전동의 절차를 통해 의견을 내게 돼있다. 인수는 해당사항이 없다.

김 국장은 "아무래도 과기정통부는 미디어 사업의 초점을 진흥 측면에서 중요하게 볼 것"이라며 "정책이 한곳으로 합쳐졌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나눠지면서 사전동의 절차가 생겨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국장은 합병 뿐 아니라 인수시에도 방통위에 사전동의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인수나 합병이나 결국 목적과 효과는 유사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사전동의 절차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 국장은 김 국장의 발언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현행 법령에서 주어진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국장은 공자의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 :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주제넘게 정사에 손을 대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할 말은 많지만 일일이 대응하면 부처간 힘겨루기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국장은 방통위의 지역성 소홀 발언에 대해서도 “유료방송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지역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등한시 한다 등의 언급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논의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합산규제 후속대책에 케이블TV 지역성 구현방안을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행 법령상에는 각자 기준이 있다"며 "존중하면서 심사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 국장은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독점하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법령에 따라 각각 다른 부분을 독립적으로 심사한다"고 부정했다. 송 국장은 "경쟁당국인 공정위와 방통위 과기정통부는 각각 심사하는 범위가 다르다"며 "심사 관할과 관련해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3년전 석연치 않았던 합병 불허 결정에 대해서는 합리적 판단이었음을 강조했다.

송 국장은 "경쟁상황 평가를 위해 다양하며 정치한 분석 모델을 갖고 있다"며 "시장획정은 미국이나 EU 등 다른 경쟁당국처럼 기본 원칙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엄밀히 시장획정하고 가격 인상 가능성 등도 정성적인 분석이 아니라 UPP(Upward Pricing Pressure)와 같은 계량적 분석툴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