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1998년 금 모으기 운동 vs 2019년 日 불매운동

윤상호
- 日 수출규제 대비, 추경 통과·예측 가능한 실효성 있는 정책 서둘러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 길로 접어들었다.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의견수렴을 지난 24일 마쳤다. 각의를 열고 의결하면 공표 후 21일 후 시행이다. 8월 말 시행이 유력하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지면 일본 기업은 한국 기업에 수출을 할 때 일일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절차 지연과 승인 불허가 발생할 경우 한국 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세계 언론과 기업이 우려했다. 한국 기업 피해는 세계 기업 피해로 이어진다. 전 세계는 세계화를 통해 분업화했다. 일본 기업의 소재로 한국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면 이 반도체로 미국 기업이 완제품을 만든다. 분업의 한 축 붕괴는 전 세계 경제 위기를 촉발한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를 세계가 걱정한 이유다.

일본은 귀를 막았다. 일본은 처음에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했다. 과거사 문제를 경제로 보복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양국 관계가 복원됐지만 과거에 대한 명확한 반성 없이 출발했던 후폭풍이다. 한국이 국가간 협정을 부정하고 있다고 핏대를 세웠다. 비난이 커지자 대북제재 위반 의혹, 수출관리 제도 미비 등으로 말을 바꿨다.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 수출규제에 동의한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과반을 넘는다.

한국도 분노했다.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일본의 뻔뻔한 태도가 감정을 자극했다. 난데없는 독도 영유권 주장까지 더해졌다. 정부와 정치권도 ‘극일(克日)’을 강조했다. 명분과 도덕성은 우리에게 있으니 일본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세계 여론이 우리를 지지할 것이라는 믿음도 크다. 국내 산업 육성 등 장기적 일본 의존도 축소 목소리도 높다.

문제는 말만 앞선다는 점. 일본산 대체 제품을 개발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제, 화학물질 관련 법 완화 등 제도 정비도 요구된다. 국회는 네 탓만 하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검토만하고 있다. 표 계산만 하는 여야나 준비를 했다면서 허둥대는 정부나 거기서 거기다.

지금이라도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추경)를 통과시켜야 한다. 시시비비는 이후 가려도 된다. 정부는 예측가능성 있고 현실성 있는 장단기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전략을 짠다. 일본의 전략은 동북아 새로운 질서 구축과 연관 있다. 지난한 대결이 불가피하다. 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 승소도 4년 걸렸다. 졌는데도 딴 소리하는 일본이다. 경제가 버텨야 자존심을 지킨 외교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을 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싸움과 낙관만 했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전후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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